“100년 수행이 겨우 이거냐” 싯다르타 실망시킨 첫 스승

  • 카드 발행 일시2024.03.27
“삶이 고통의 바다”라고 여기는 우리에게 “삶은 자유의 바다”라고 역설하는 붓다의 생애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백성호 종교전문기자가 ‘붓다뎐’을 연재합니다. ‘종교’가 아니라 ‘인간’을 다룹니다. 그래서 누구나 읽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종교와 상관없이 말입니다.
사람들은 지지고 볶는 일상의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며 살아갑니다. 그런 우리에게 붓다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가 돼라”고 말합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돼라”고 합니다. 어떡하면 사자가 될 수 있을까. ‘붓다뎐’은 그 길을 담고자 합니다.
20년 가까이 종교 분야를 파고든 백성호 종교전문기자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예수를 만나다』『결국, 잘 흘러갈 겁니다』등 10권의 저서가 있습니다. 붓다는 왜 마음의 혁명가일까, 그 이유를 만나보시죠.

⑪싯다르타의 배수진 “깨달음 없이 절대 궁으로 돌아가지 않으리”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었다. 아들을 낳은 지 1주일 만에 남편 싯다르타가 떠났다. 애지중지하던 그의 애마와 함께 말이다. 왕자비 야소다라는 성의 동문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기다렸다. 저 멀리서 뽀얗게 먼지를 일으키며 싯다르타의 애마 칸타카가 돌아오기를 바랐다.

마침내 동문 밖에 먼지가 일었다. 싯다르타일까. 정작 돌아온 것은 텅 빈 안장이었다. 마부 찬나는 칸타카만 데리고 카필라 성으로 돌아왔다. 야소다라는 말의 목을 부둥켜안고 목메어 울었다. 얼마나 황망하고, 또 서러웠을까. 이제, 갓난 아들을 아버지 없이 키워야 하니 말이다.

칸나는 싯다르타가 자른 머리카락을 꺼냈다. 이 광경을 바라보던 숫도다나 왕도 가슴이 찢어졌다. 경전에는 왕의 심정이 “오장육부가 끊어지는 듯했다”고 기록돼 있다.

#신하들, 싯다르타를 쫓아가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왕자의 출가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숫도다나 왕은 사람들을 보냈다. 싯다르타 왕자를 찾아서, 하늘이 무너져도 궁으로 데려오라는 엄명을 내렸다. 명령을 받은 신하들은 난감했다. 그래도 왕명이니 따라야 했다. 그들은 왕자를 찾아서 서둘러 길을 떠났다.

붓다가 '금강경'을 설한 기원정사에서 만난 인도의 동자승들. 그들이 금강경을 설한 자리에서 절을 하고 있다. 백성호 기자

붓다가 '금강경'을 설한 기원정사에서 만난 인도의 동자승들. 그들이 금강경을 설한 자리에서 절을 하고 있다. 백성호 기자

이때 싯다르타는 밧가와의 고행 공동체를 떠나 라즈기르로 가고 있었다. 급히 말을 달린 신하들은 가까스로 싯다르타 왕자를 따라잡았다. 그들은 왕자에게 매달렸다. 숫도다나 왕이 얼마나 낙담했는지, 야소다라 왕자비의 애간장이 얼마나 타들어 가는지 피력했다. 진리를 찾는 일에 반드시 출가가 필요한 건 아니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