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에 60억 받은 한국인 질문 “AI 시대, 공부해 뭐 먹고살래?”

  • 카드 발행 일시2024.03.18

일곱 살 둘째가 그림 그리는 걸 보면 여러 생각이 들어요. ‘그래, 너도 열심히 하면 엄마만큼 그릴 순 있겠다. 그런데 미대 나와서 뭐 먹고 살래? 인공지능(AI)이 너보다 더 빠르게, 더 잘 그릴 텐데….’

글로벌 에듀테크 기업 에누마를 이끄는 이수인 대표는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요즘 이런 생각 안 해 본 분은 없을 것”이라며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엔씨소프트에서 게임 디자이너로 일했지만, 아이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즈음이면 지금의 교육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박정민 디자이너

박정민 디자이너

토도수학을 시작으로 토도영어·토도한글 등을 론칭해 전 세계 20여 개국 앱스토어(어린이·교육 부문)에서 1위에 오른 에누마가 AI 디지털교과서 제작에 뛰어든 것도 그 때문이다. 2012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남편 이건호 최고기술책임자와 함께 만든 에누마는 다양한 국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모색해 왔다.

이 대표는 “학교와 사회에는 일종의 단절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학교 밖에서는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학교는 부작용을 우려해 사용을 막아왔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졸업 후 그 간극을 좁히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일찌감치 제대로 사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시대 교육은 어떻게 변할까?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격변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AI는 현재 교육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헬로페어런츠(hello! Parents)가 지난달 23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나 물었다.

Intro. 에누마가 AI 교육에 뛰어든 이유
Part 1. 시대에 맞는 교육 철학이 필요하다
Part 2. 공교육과 손잡아야 바꿀 수 있다
Part 3. 교육 격차는 지금도 커지고 있다

👩‍💻시대에 맞는 교육 철학이 필요하다

에누마는 YBM과 손잡고 초등 영어·수학, 중·고등 영어 AI 디지털교과서를 개발 중이다. AI 디지털교과서는 AI 기술을 접목해 학생별 맞춤 교육이 가능하도록 한 교육 콘텐트다. 이수인 대표는 “AI 디지털교과서가 제대로 만들어진다면 전 세계 디지털 교육에 롤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 도입과 더불어 무엇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년 전에도 디지털교과서를 만들었지만 효용이 크진 않았어요.
그때는 종이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컴퓨터로 옮기는 방식이었어요. 매체가 달라졌을 뿐 학습 방식은 바뀌지 않았죠. 하지만 AI 디지털교과서는 1:1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요. 개인별 데이터가 쌓이면 수준에 맞는 문제를 제공해줄 수 있어요. ‘L’과 ‘R’을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라면 발음을 교정해줄 수도 있고, 습관처럼 자주 하는 문법 실수를 잡아줄 수도 있죠.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면 아이들마다 각기 다른 진도로 공부하는 게 가능한가요?
AI를 활용해 아이의 학습 계획을 짜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영어 말하기는 잘하는데 쓰기가 약하다면, 쓰기를 보강할 수 있게 하는 거죠. 하지만 학습 속도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에요. 공부를 못 하는 아이에게 현재 수준보다 낮은 단계의 문제를 주는 것은 괜찮지만, 공부를 잘 하는 아이에게 높은 단계의 문제를 주는 건 현행법상 불가능해요. 선행학습 금지법에 따라 정규 교과과정을 미리 가르치면 안 되거든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뜬구름 잡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교육 철학부터 세워야 해요. 결국 ‘AI를 교육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공부란 무엇인가’ ‘무엇을, 어떻게, 어디까지 가르칠 것인가’라는 질문과 모두 연결돼 있거든요.
공부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사람마다 다를 거예요. 저 역시 장애가 있는 아이가 태어나고, 회사를 그만두게 되고, 당시 유학 중이던 남편을 따라 미국에 살게 되면서 생각이 계속 바뀌고 있거든요. 처음 토도수학을 만들 땐, 장애가 있는 저희 집 첫째처럼 학습이 느린 아이도 재미있게 수학을 배우길 바랐어요. 대학 동아리에서 만나 함께 게임을 만들던 우리 부부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올해 열여섯 살이 된 아이는 또래보다 낮은 단계의 문제를 풀지만 본인이 수학을 잘 하고, 또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공부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