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 사나운 한예종 교수…그 1주기는 슬플 수밖에 없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3.15

‘아니, 왜 울고 계실까.’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7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음악 대회인 차이콥스키 콩쿠르였는데요. 무대에서는 당시 21세의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가 연주를 하고 있었죠. 그리고 신지아의 스승인 김남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심사위원 중 한 명으로 앉아있었습니다. 그런데 김남윤 교수가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심하게 울고 있었습니다. 얼굴은 눈물 범벅에, 어깨는 들썩였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레슨실에서의 김남윤 교수. 2010년의 모습이다. 중앙포토

한국예술종합학교 레슨실에서의 김남윤 교수. 2010년의 모습이다. 중앙포토

이상했습니다. 음악에 감동해서 흘리는 눈물치고는 너무 격렬했고요, 수상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으니 울기에는 좀 일렀으니까요. 연주가 끝나고 가서 물어봤습니다. “왜 그렇게 우셨어요?” 그러자 얼굴을 다시 슬프게 찌푸리며 답하더군요. “너무 안됐잖아. 혼자서 저렇게 무대에서…. 저 아이가 얼마나 어렵게 음악을 했는지 나는 다 알잖아.”

1977년부터 제자를 300명이나 길렀는데, 그중 한 명이 대회에 나갔던 건데요. 그걸 보면서 눈물이 그렇게 났을까요. 어떤 마음으로 가르치면 주위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그것도 심사위원석에 앉아 엉엉 울 정도가 될까요.

신지아는 한 해 뒤인 2008년에 프랑스의 롱 티보 콩쿠르에서 우승했습니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우승 소식을 전화로 들었다는데요. 그때 통화를 도저히 잇지 못해서 몇 번이고 끊었다가 다시 걸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눈물 때문이었습니다.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울어서 전화를 여러 번 끊었다는 얘기였습니다. 김 교수는 신지아를 아홉 살에 처음 만나서 대학생이 될 때까지 무료로 가르쳤습니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학생이었기에 자신의 악기를 빌려주며 콩쿠르에 내보냈습니다.

울기만 하는 선생님이었다면 또 그러려니 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외로운 무대로 제자들을 내보내기 전에는 또 얼마나 혹독했는지 모릅니다. 한번은 레슨실로 찾아가 취재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한 학생이 처음 몇 마디를 연주하자마자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너 지금 성의 없이 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니? 다 보여!” 음악은 뚝 끊기고 학생은 얼어붙더군요.

2014년의 김남윤 교수.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빈을 가르치고 있다. 중앙포토

2014년의 김남윤 교수.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빈을 가르치고 있다. 중앙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