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왜 울고 계실까.’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7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음악 대회인 차이콥스키 콩쿠르였는데요. 무대에서는 당시 21세의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가 연주를 하고 있었죠. 그리고 신지아의 스승인 김남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심사위원 중 한 명으로 앉아있었습니다. 그런데 김남윤 교수가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심하게 울고 있었습니다. 얼굴은 눈물 범벅에, 어깨는 들썩였습니다.
이상했습니다. 음악에 감동해서 흘리는 눈물치고는 너무 격렬했고요, 수상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으니 울기에는 좀 일렀으니까요. 연주가 끝나고 가서 물어봤습니다. “왜 그렇게 우셨어요?” 그러자 얼굴을 다시 슬프게 찌푸리며 답하더군요. “너무 안됐잖아. 혼자서 저렇게 무대에서…. 저 아이가 얼마나 어렵게 음악을 했는지 나는 다 알잖아.”
1977년부터 제자를 300명이나 길렀는데, 그중 한 명이 대회에 나갔던 건데요. 그걸 보면서 눈물이 그렇게 났을까요. 어떤 마음으로 가르치면 주위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그것도 심사위원석에 앉아 엉엉 울 정도가 될까요.
신지아는 한 해 뒤인 2008년에 프랑스의 롱 티보 콩쿠르에서 우승했습니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우승 소식을 전화로 들었다는데요. 그때 통화를 도저히 잇지 못해서 몇 번이고 끊었다가 다시 걸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눈물 때문이었습니다.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울어서 전화를 여러 번 끊었다는 얘기였습니다. 김 교수는 신지아를 아홉 살에 처음 만나서 대학생이 될 때까지 무료로 가르쳤습니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학생이었기에 자신의 악기를 빌려주며 콩쿠르에 내보냈습니다.
울기만 하는 선생님이었다면 또 그러려니 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외로운 무대로 제자들을 내보내기 전에는 또 얼마나 혹독했는지 모릅니다. 한번은 레슨실로 찾아가 취재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한 학생이 처음 몇 마디를 연주하자마자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너 지금 성의 없이 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니? 다 보여!” 음악은 뚝 끊기고 학생은 얼어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