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백과사전 줄줄 읊은 6살 “영재? 이 말 못하면 병원 가라”

  • 카드 발행 일시2024.03.11

코로나19 때문이에요. 단순히 마스크 때문에 입 모양을 못 봐서가 아닙니다. 다양한 활동이 차단되고, 그 자리를 미디어가 채운 게 더 큰 문제죠.

“말 늦은 아이가 늘어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장재진 솔언어청각연구소장은 이렇게 답했다. 최근 2년 사이 언어 장애를 겪는 아이들이 급증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언어 장애 학생 수는 2021년 1만9102명에서 지난해 2만7021명으로 41.5% 늘었다. 장 소장은 코로나19와 미디어 노출 증가를 원인으로 꼽았다.

박정민 디자이너

박정민 디자이너

장 소장은 2003년까지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해 태어난 첫째 아이가 청각장애 진단을 받으면서 그의 인생도 바뀌었다. 일하느라 친정집에 맡겼던 아이는 잘 울지도, 보채지도 않는 순한 아이였다. 프라이팬이 떨어져도 반응이 없는 걸 이상하게 여긴 그의 어머니가 검사를 권했고, 난청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선 “옆에서 비행기가 떠도 모른다”고 했다. 2018년 신생아 청각 선별 검사가 의무화되기 전의 일이다.

돌 무렵 인공와우(달팽이관) 수술을 했지만, 아이의 언어 발달은 또래보다 훨씬 뒤처졌다. 다른 아이들이 문장으로 말할 36개월 즈음, 그의 아들은 ‘오우아’(복숭아), ‘아아’(사과)도 겨우 말했다. 관련 책이나 논문을 찾아봤지만 평범한 엄마에겐 너무 어려웠다. 유명하다는 언어치료센터는 다 찾아다녔지만 “(치료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만 돌아왔다. 직접 언어치료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일과 대학원 공부를 병행하다 2011년 본격적으로 언어치료사 일을 시작했다. 『아이의 언어능력』 『엄마의 언어자극』 『초등아이 언어능력』 『하루 5분 언어 자극 놀이 120』 등 관련 책도 여럿 썼다. 말 늦은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할까? 양육자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지난달 8일 그를 만나 물었다.

Intro. 말 늦은 아이 증가한 이유
Part1. 언어 발달단계 파악하라
Part2. 자극은 조금 어렵게 줘라
Part3. 강요·지시는 금물이다

📢언어 발달 단계를 파악하라

아이를 낳으면 모든 게 새롭고 두렵다. 발달의 정도를 체감할 수 있는 언어는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우리 애는 단어 하나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데, 또래가 문장을 술술 말하는 걸 보면 조바심이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장 소장은 “아이마다 속도가 다르다”며 “옆집 아이를 기준으로 삼지 말라”고 조언했다. 표준 발달 단계와 내 아이의 언어 수준만 파악하면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