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 팔고 국어 키울 수 있다”…‘1년 대기’ 논술화랑이 푼 비밀 ⑦

  • 카드 발행 일시2024.03.08

강남 대치동에서 시작한 국어 학원 ‘논술화랑’은 초등 저학년 시장을 개척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국어 학원은 초등학교 고학년은 돼야 다닌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논술화랑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들어가려면 1년 이상 대기해야 한다. 논술화랑이 초등학교 저학년을 사교육 시장으로 불러낸 핵심 키워드는 바로 독서다.

박정민 디자이너

박정민 디자이너

한 예중 입시에서 정물화 4점을 놓고 그중 하나를 그리게 했대요. ‘이젤과 배경은 제외하고 그릴 것’이란 조건이 달렸고요. 요구대로 그린 아이가 몇 명이었을까요? 거의 없었다고 해요. 이젤을 모르는 아이, 제외를 모르는 아이, 난리였대요.

“현장에서 느끼는 아이들의 문해력 수준이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논술화랑을 운영하는 김수미 독서문화연구원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일상에서 쓰는 어렵지 않은 단어조차 제대로 모르는 아이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책을 읽을 시간은 물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시간도 없다”며 “이런 상황이 스마트폰 보급과 맞물리면서 문해력 저하는 심각한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그가 이런 미래를 예측하고 독서 교육에 뛰어든 건 아니다. 사실 논술화랑은 2009년 무렵 ‘내신 국어’로 이름을 날린 학원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독서야말로 논술화랑이 가장 잘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교육이었다”고 말했다. 2011년 인기 절정의 내신 관련 수업을 폐지하고 독서에 집중하기로 한 이유다. 이후 본격적으로 초등학교 저학년과 미취학 연령을 공략했다. 그 뒤 10년, 논술화랑은 대치동에서 초등 저학년 학부모가 가장 선호하는 국어 학원 중 하나가 됐다.

김 대표는 “독서는 모든 학습의 근간인 동시에 인생 전체에 걸쳐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논술화랑에 들어가려면 1년 이상 대기해야 하는 걸 보면, 그의 생각에 동의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공부에 밀려 독서는 뒷전이 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의 문해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달 6일 그를 만나 직접 물었다.

Intro. 이젤과 제외를 모르는 아이들
Part1. 국어보다 독서가 중요한 이유
Part2. 깊이 읽으려면 써야 한다
Part3. 읽고 쓰는 아이로 기르는 법

Part1. 국어보다 독서가 중요한 이유 

논술화랑은 대치동에서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 독서 수업을 하던 곳이었다. 그러던 중 2009년 김 대표가 가르치던 아이들이 대원국제중에 다수 합격하면서 유명해졌다. 그 아이들은 입학 후 첫 중간고사를 치르고 다시 김 대표를 찾아왔다. 40점짜리 국어 시험지를 들고 말이다. 계획에 없던 내신 국어 수업이 시작됐고, 만 3년 만에 논술화랑은 ‘내신 국어’로 자리 잡았다. 돈도 잘 벌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그 수업을 폐지하기로 한다. 2011년 8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