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오늘도 신고 나왔다” 나이키 굴욕 준 ‘9만원 신발’

  • 카드 발행 일시2024.03.05

오늘도 스케쳐스 신고 출석한 이재용 회장

지난해 8월 인기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어떤 네티즌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스케쳐스의 검은색 운동화를 신고 있는 사진과 함께 “법정 출석 때마다 신고 오는데 '애착 신발'인 듯”이라고 썼더라고요. 확인해 보니 실제로 2022년부터 최근까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재판에 출석할 때면 으레 이 운동화를 신었더군요. 지난달 무죄 판결을 받았으니, 이런 법정 패션은 더는 볼 수 없겠네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17일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공판에 출석할 때 스케쳐스 검은색 운동화를 신고 있다.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17일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공판에 출석할 때 스케쳐스 검은색 운동화를 신고 있다. 뉴스1

수십만 건 조회수를 기록한 이 글엔 "아버지가 신는 신발" "중년의 뉴발란스"와 같은 댓글 수백 개가 달렸습니다. SNS엔 "발이 편한 신발" "의사·간호사의 운동화" "족저근막염 있으면 강추" 등의 인증 글도 있고요. 60대인 기자의 어머니도 3년 전부터 애용하고 있는데 “발이 안 아프고 편하다”고 하시네요.

오늘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스케쳐스의 탄생과 성장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특히 후발주자 스케쳐스가 어떻게 '업계 1위' 나이키에 굴욕(?)을 선사했는지, '손흥민 절친' 축구 스타 해리 케인과 함께 나이키 아성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 해요. 아울러 발이 편한 신발의 요건은 무엇인지 전문가에게도 물어봤습니다.

📃 목차

◦ 쫓겨난 창업주, 사흘 만에 만든 브랜드
◦ ‘넘사벽’ 나이키 꺾은 사연
◦ ‘발 편한 신발’ 별명 붙은 이유
◦ 케인 ‘발’ 잡았다, 어디까지 날까
📌[200자 더] 스케쳐스 원래 뜻은 마약 중독자?
📌[500자 더] 아디다스에 뺨 맞고 스케쳐스에 쫓겨난 가수
📌[500자 더] 편한 발의 비밀 ‘발 아치’

쫓겨난 창업주, 사흘 만에 만든 브랜드

미국의 스케쳐스 매장 사진. 사진 스케쳐스 홈페이지

미국의 스케쳐스 매장 사진. 사진 스케쳐스 홈페이지

스케쳐스의 시작은 1992년입니다. 로버트 그린버그(80)가 아들 마이클(57)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맨해튼 비치에 설립했습니다. 이제 32년째가 됐죠. 태어난 지 서른 살이 넘은 브랜드이나 글로벌 스포츠용품 시장의 평균 나이(?)에 비하면 아직 어린이, 청소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나이키(1964년)·아디다스(1949년)·뉴발란스(1906년)·푸마(1948년) 같은 브랜드랑 '연식'이 꽤 차이 나거든요.

그런데도 스케쳐스는 지난 30여 년 동안 고속 질주해 왔습니다. 현재 전 세계 180여 개국에 5000여 개 매장을 열고 있고, 지난해 매출은 80억 달러(약 10조7000억원)를 기록했죠.

가발·시계·롤러스케이트 등을 팔던 그린버그가 운동화에 빠진 건 1983년입니다. LA기어(LA Gear)를 세워 당시 에어로빅 붐에 맞춰 여성용 에어로빅 운동화를 출시해 성공을 거뒀죠.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인기가 떨어지고 경영 상황이 악화하면서 그린버그 부자는 사실상 회사에서 쫓겨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