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손자뻘에 “네가 왕이다”…92세 이길여의 ‘홀리는’ 화법

  • 카드 발행 일시2024.03.04

지하철 가천대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쇼핑몰에서 본 듯한 지하 공간이 나온다. 천장에는 파란 하늘이 그려져 있고, 유럽 광장처럼 꾸민 벽면과 기둥 사이로 분수가 솟아오른다. 그 한가운데엔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빨간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학생이 왕이다.” 예전 식당 벽에 종종 붙어 있던 ‘손님이 왕이다’가 떠오르는 문구다.

지하철 가천대역 1번 출구 앞 분수 광장에는 '학생이 왕이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남윤서 기자

지하철 가천대역 1번 출구 앞 분수 광장에는 '학생이 왕이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남윤서 기자

왜 이런 현수막을 학교 정문이나 다름없는 곳에 붙여놨을까. 이길여 총장에게 물었다. “우리 학교는 너희를 왕으로 모실 테니, 너희는 왕답게 리더가 되라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어요. 조금 ‘오버스럽게’ 보일지 모르지만,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내가 최고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고 싶었죠.”

이 총장을 오래 만나온 사람들은 이런 방법이 그만의 소통법이라고 말한다. 뇌리에 박힐 정도로 긍정적인 얘기를 계속해 준다는 것이다.

92세 현역 최고령 대학 총장인 그는 증손자뻘인 학생들 사이에서도 여전한 인기를 누린다.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이 같이 사진 찍자며 달려올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다. 젊은이들도 느끼는 이길여의 인간적 매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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