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는 용어가 있다. 마라토너가 힘든 구간을 지나면서 오히려 기분이 좋아진다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에 빗댄 말인데, 나눔 봉사 기부를 할 때 극적 쾌감을 얻는다는 의미다.
이타적 행동이 정신적 만족만이 아니라 실제 장수와도 연관이 높다는 과학적 연구는 이미 수차례 입증된 바 있다.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엔도르핀과 친밀감을 높이는 옥시토신 분비가 증가하면서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만성 통증이 줄어든다는 게 공통된 결과다.
‘청춘 이길여’의 한 축을 나눔과 봉사, 사회 공헌에서 찾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김우경 길병원장도 여기에 공감한다. “내가 벌어 나만 잘 먹고 잘살면 저렇게 건강할 수 있을까요. 늘 환자와 학생을 우선순위로 두니 따르는 사람이 많아져 행복하고, 호르몬 체계가 긍정적으로 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거슬러 보면 이 총장이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부터가 업의 사명감을 넘어 약자에 대한 봉사, 국가 발전 등과 맞물려 있다.
“나는 의사 얼굴을 못 보고 초등학교에 갔어요. 의사가 뭔지도 모르고, 학교 갈 나이가 되기 전에 친구들이 죽기도 했죠.
그때 사람이 죽으면 왜 죽지, 어떻게 하면 저 아이들이 안 죽지, 그런 고민을 어린 나이에도 엄청 많이 했어요. 그때는 누가 아프면 무당이 와서 음료수나 올리고 뭐 그런 거밖에 못 했거든요. 그런데 학교에 갔더니 의사가 와서 천연두 예방주사를 놓아주고, 약도 주고 주사도 놔주더라고요. 그게 너무너무 신기한 거예요. 나도 공부 열심히 해서 의사가 돼야겠다, 그런 마음을 먹었죠.”
동년배에 대한 ‘부채 의식’ 역시 어떤 의사가 될 것인가에 큰 방향성이 됐다. 1968년 미국 유학을 갔다 체류를 포기하고 귀국한 이유이기도 했다. “6·25전쟁 때 또래의 청년들이, 또 서울대 의대 학우들이 학도병으로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것이 늘 마음 아팠어요. 군산 도립병원에서 상이군인도 많이 봤고요. 제게는 다 마음의 빚이었습니다. 그들을 기억하며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의료 활동과 봉사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애국은 병원과 대학의 설립 이념이기도 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