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죽자 “신혼부부 자격 박탈”…그 남편은 집도 잃어야 했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2.27

“사랑하던 아내의 유품들입니다.
 결국엔 다 보내야겠지만 쉽지가 않네요.
 많이 힘들고 더딥니다.
 마음이 아파 도저히 정리를 못 하겠습니다.
 유품을 대신 정리해 주신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연락 부탁드립니다.”

사진과 함께 문자로 의뢰가 왔다.
받자마자 전화를 했다.
의뢰인과 바로 통화가 됐지만, 몇 마디 못 나누고 전화를 끊어야 했다.

고인의 남편이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못했던 것이다.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남자의 울음은 숨이 넘어갈 듯했다.

잠깐의 시간이었음에도 그의 눈물은 내 가슴을 가득 채워버렸다.
유품 정리와 관련한 구체적인 상담은 통화 대신 문자로 대화를 해야 했다.

남편이 뱉어냈던, 아니 차마 다 뱉지도 못한 채 컥컥대던 거친 숨결은,
내 입에서 오랫동안 한숨으로 이어졌다.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했다.

남편은 40대 후반이었다.
고인이 된 아내는 40대 중반이었다.
둘 다 젊어서부터 오랫동안 비혼주의자였다.

그러다가 서로 마흔 즈음에 만난 두 사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 함께하길 원했다.
짧은 연애 끝에 결혼을 했다.

의뢰인 남편과는 문자로 주고받으며 긴 상담을 했다.
힘들게 일정을 정하고 현장으로 향했다.

실제로 만난 의뢰인.
마주한 순간부터 남편은 입술을 말아물고 힘겹게 눈물을 참았다.
내가 건네는 말 한마디조차 어렵게 견뎌내는 듯했다.
그는 눈물이 쏟아질까봐 쉽사리 입을 떼지도 못했다.

망자의 남편은 내 나이와 비슷했다.
그래서인지 나도 그의 사연에 힘들었다.
뭐라 답하기도 어려웠다.
고인의 남편에게도,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했다.

이들 부부의 취미까지도 나와 비슷했다.
둘이 살기 적당한 20평대 아파트.
작은 방 한편을 가득 채운 캠핑 용품들.
늦깎이 중년 신혼부부의 쑥스럽지만 알콩달콩했을 일상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