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밭, 역한 냄새 진동했다…‘빅뱅’ 망가뜨린 금단의 풀 ⑩

  • 카드 발행 일시2024.02.27
태국 나콤파놈에서 대마밭을 경작하는 쿤 오(51)가 지난해 11월 15일 현장을 찾은 중앙일보 기자에게 대마에 대해 설명했다. 석경민 기자

태국 나콤파놈에서 대마밭을 경작하는 쿤 오(51)가 지난해 11월 15일 현장을 찾은 중앙일보 기자에게 대마에 대해 설명했다. 석경민 기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무더기로 자라고 있는 초록색 식물이 원천이었다. 이질적인 건 향뿐이 아니었다. 단풍잎처럼 보이기도, 쑥갓이나 셀러리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 풀은 두통과 메슥거림까지 동반했다. 그건 ‘금단의 풀’ 대마초였다.

중앙일보 마약루트 취재팀은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에서 북쪽으로 500㎞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을 찾아 대마밭을 직접 목격했다. ‘나콘파놈’이라는 대마 재배지를 방문하기는 중앙일보가 국내 언론 중 처음이라고 한다. 그곳은 불법의 공간이 아니었다. 태국 정부는 2022년 6월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대마를 합법화했다. 이 마을에서 자란 대마초는 방콕·파타야 등지의 도시 유흥가로 흘러들어가 내·외국인에게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You smoke everywhere, OK?(넌 어디서든 대마를 피울 수 있어. 알지?)

‘배낭여행자의 천국’이던 방콕의 카오산 로드(Khaosan Road)는 어느새 ‘대마의 천국’으로 바뀌어 있었다. 지난해 11월 17일 찾은 그곳에는 대마 판매점이 넘쳐났고, ‘담뱃잎을 찐 향기’처럼 느껴지는 대마초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난해 11월 17일 찾은 태국 방콕 카오산로드의 모습. 한 집 건너 대마 가게가 하나씩 있을 정도로 대마 판매점이 즐비했다. 이태윤 기자

지난해 11월 17일 찾은 태국 방콕 카오산로드의 모습. 한 집 건너 대마 가게가 하나씩 있을 정도로 대마 판매점이 즐비했다. 이태윤 기자

길에서 만난 호객꾼은 “It is legal in Thailand! (태국에선 대마가 합법이야!)”라며 기자에게 메뉴판을 건넸다. 어눌한 한국어로 “한국인도 대마 많이 찾아”라며 접근하는 ‘삐끼’들도 흔했다. 가게에는 각종 대마가 가격대와 ‘흡연 후 효과’별로 정리돼 있었다.

대마만 파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건 한 가게 안에서였다. 30대로 보이는 판매상 엘빗이 낮은 목소리로 은밀하게 말을 건넸다.

“네덜란드에서 온 ‘진짜 센 놈’이 있어. 이거 한 알이면 넌 ‘블랙아웃’이야.”

깜짝 놀란 기자는 스마트폰을 들이밀며 물었다.

“마약? 그거 이름이 뭔데? 여기에 적어 줘.”

그가 알파벳 세 글자를 눌렀다. LSD. 강력한 마약류의 환각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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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는 금단의 풀이다. 마약인 듯, 아닌 듯 묘하게 사람의 경계심을 흐트러뜨리면서 유혹의 강도를 높인다.

야! 이건 마약도 아냐! 위험하지도 않고 중독성도 약해. 한 대 피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