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20대 반년새 60억 벌었다”…‘람보르기니’ 약쟁이들의 탄생

  • 카드 발행 일시2024.03.05

필리핀은 덥고 습했다. 심신의 긴장이 겹쳐 피로의 강도는 배가됐다.

공항에서부터 얼마를 달렸을까. 빌딩과 건물이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영화 속에 나오는 정글의 모습이 펼쳐졌다.

버스는 그 정글 한가운데에 사람들을 부렸다. 일행을 맞은 이들은 AK47이나 ‘아카보’ 총(옛소련의 대표적인 소총)을 들고 있었다. 필리핀 반군이었다. 심장이 터질 듯 방망이질칠 때 그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기자회견 중인 필리핀 반군. 중앙포토

기자회견 중인 필리핀 반군. 중앙포토

얼마나 살 거야?

간신히 대꾸했다.

1㎏만 주세요. 

순간 총 든 이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

고작 1kg?

그들에게 이끌려 들어선 군막 텐트 안에는 수술용 간이침대 5개가 놓여 있었다. 그 위에는 알록달록한 가루가 모래산처럼 쌓여 있었다. 흰색, 노란색, 분홍색 등 각양각색의 그 가루는 필로폰이었다. 침대 한 개에 50kg(100만~150만 명 투약분)에 달했다.

침대 옆에는 모종삽이 놓여 있었다. 그걸 만지작거리던 순간, 한 군인이 총구를 이쪽으로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