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푸는 자는 매번 달아났다…“속지 마라” 붓다의 그 말

  • 카드 발행 일시2024.01.31


“삶이 고통의 바다”라고 여기는 우리에게 “삶은 자유의 바다”라고 역설하는 붓다의 생애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백성호 종교전문기자가 ‘붓다뎐’을 연재합니다. ‘종교’가 아니라 ‘인간’을 다룹니다. 그래서 누구나 읽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종교와 상관없이 말입니다.
사람들은 지지고 볶는 일상의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며 살아갑니다. 그런 우리에게 붓다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가 돼라”고 말합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돼라”고 합니다. 어떡하면 사자가 될 수 있을까. ‘붓다뎐’은 그 길을 담고자 합니다.
20년 가까이 종교 분야를 파고든 백성호 종교전문기자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예수를 만나다』『결국, 잘 흘러갈 겁니다』등 10권의 저서가 있습니다. 붓다는 왜 마음의 혁명가일까, 그 이유를 만나보시죠.

③ 똥 푸는 사람의 죄책감…붓다의 해법은?

# 옆구리 출생, 더 깊은 뜻이 있네

불교는 인도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으로, 다시 한국과 일본으로 건너갔다. 동북아의 불교는 인도 불교의 본질을 공유한다. 그렇지만 나라마다 역사와 전통과 문화가 다르다. 그래서일까. 동북아 선(禪)불교에서는 붓다의 옆구리 출생 일화에 대해 더 깊은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뭐랄까. 붓다 탄생 일화에서 불교의 본질적 메시지를 읽으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선사였던 고우(1937~2021) 스님은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하루는 내가 아는 스님이 찾아왔다. 생각할수록 이해가 안 된다며 내게 물었다. 부처님이 어떻게 마야 부인의 옆구리로 태어났느냐고 말이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거기에는 분명 어떤 숨은 뜻이 있지 싶다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한마디 했다. ‘그건 중도(中道)다!’” 고우 스님은 붓다의 옆구리 출생이 불교의 핵심 이치인 ‘중도’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왜 그럴까.

붓다가 탄생한 네팔의 룸비니 동산. 뒤에 보이는 흰 건물이 마야 데비 사원이다. 사원 근처의 동산에는 불교 유적이 보인다. 백성호 기자

붓다가 탄생한 네팔의 룸비니 동산. 뒤에 보이는 흰 건물이 마야 데비 사원이다. 사원 근처의 동산에는 불교 유적이 보인다. 백성호 기자

사람에게는 태어나는 길이 있다. 할아버지에게서 아버지가, 아버지에게서 아들이, 아들에게서 손자가 태어난다. 그렇게 위에서 아래로 태어난다. 그냥 태어나기만 하는 게 아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기질을 상당 부분 물려받고 태어난다. 평온한 성품의 부모에게서 평온한 성품을, 불같은 성품의 부모에게서 불같은 성품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좀 더 높지 않을까. 그러니 자식이 부모를 닮는다고 하지 않을까.

불교는 그걸 ‘윤회(輪廻)’라고 부른다. 윤회가 뭘까. 죽고 다시 태어나고, 죽고 다시 태어나는 게 윤회의 본질적인 뜻은 아니다. 윤회는 원인(因)과 그에 따른 결과(果)를 말한다. 내가 A라는 씨앗을 심으면 A라는 싹이 트고, B라는 씨앗을 심으면 B라는 싹이 튼다. 그게 윤회다. 우리의 출생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와 엄마가 심은 씨앗이 나에게서 싹이 튼다. 현대 과학은 그걸 ‘유전자(DNA)’라고 부른다.

엄마의 자궁을 통해 아래로 태어날 때, 우리에게는 ‘물려받음’이 있다. 그런 물려받음은 계단식으로 착착 내려온다. 1에서 2가 나오고, 다시 2에서 3이 나오는 식이다. 그래서 2는 아버지인 1을 닮고, 3은 아버지인 2를 닮는다. 어찌 보면 그게 윤회의 수레바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