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천재 아니라 창의력 없다? ‘분홍색 차선’ 윤차장 봐라 [서울대 교수의 ‘창의력 수업’-프롤로그]

  • 카드 발행 일시2024.01.30

창의력이 중요한 걸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창의력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죠. 서울대 경제학과 김세직 교수는 18년째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답이 없는 ‘열린 질문’을 중심에 둔 수업인데요. ‘창의성 교육을 위한 서울대 교수 모임’의 일원이기도 한 그가 9회에 걸쳐 창의력을 키우는 7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첫 회에선 본격적인 방법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창의성에 대한 오해를 풀어드립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인간은 참 경이로운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우리 곁에 있는 것들을 살펴보세요. 세상의 모든 물건, 공간, 음식, 예술 등 어디에도 창의적인 생각이 깃들지 않은 게 없죠. 창의력은 호모사피엔스만의 능력입니다. 인간은 단순히 먹고사는 것을 넘어 불편을 해소하고, 아름다움을 창조하면서 지금의 세상을 이룩했습니다.

효모를 가지고 음식을 발효시키던 인류는 이제 유전자를 재조합하고 생명을 복제합니다. 전기 진동으로 소리를 전달하던 최초의 전화기는 스마트폰이 되었죠. 이렇게 누군가의 남다른 생각은 세상을 바꾸는 시초가 되고, 거기에 또 다른 생각이 더해지며 인류는 한발 앞으로 나아갑니다.

새로운 생각은 인공지능(AI)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AI와 함께 살아야 하죠. 인류 역사상 기계과 경쟁해 이긴 인간은 없었어요. 자동차보다 빠른 인간은 없고, 방직기보다 더 빨리 옷감을 짜는 사람도 없습니다. 핵심은 ‘기계를 얼마나 잘 쓸 수 있는가’입니다. 기계를 써서 생산성을 높여야 합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AI와 경쟁한다면 대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AI를 활용해야 합니다. 창의적인 사람만이 AI를 활용해 더 창의적인 걸 만들 수 있어요. 창의력이 중요한 이유죠.

창의력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어떻게 하면 창의적이 될 수 있는지 모르시겠다고요? 당연합니다. 그동안 한 번도 창의력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숨 막히는 입시 경쟁 속에서 당장 눈앞의 시험 점수를 잘 받기 위한 공부만 해왔잖아요. 그래서 우리 사회엔 창의력이 소수의 천재에게만 있는 능력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만연해 있기도 하죠.

경제학자로서 저는 오래전부터 창의력 교육이 절실하다고 생각해 왔어요. 한국의 장기경제성장률이 5년에 1%포인트씩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죠. 기준년으로부터 앞뒤로 5년, 총 11년의 경제성장률을 평균한 장기경제성장률은 한 나라 경제의 체력을 보여줍니다. 한국 경제의 체력이 떨어지는 건 기술 격차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선진국과 20년 이상 기술 격차가 있어 특허가 만료된 기술을 베껴 성장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 격차가 20년 안쪽으로 들어오자 더는 베낄 게 없었죠. 새로운 걸 만드는 것 외엔 성장할 방법이 없습니다. 창의력이 중요한 이유죠.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죠. 저는 지난 10여년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창의력을 키우는 수업을 시도해 왔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창의력을 키우는 효과적인 방법을 터득했죠. 그게 뭐냐고요? 바로 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