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연말엔 살아난다, K반도체 ‘쌍둥이’ 만들라 [2024 반도체 투자전망 ④]

  • 카드 발행 일시2024.01.29

머니랩

‘패권(hegemony)’이란 말이 붙을 정도로 반도체 기술 경쟁이 뜨겁지만 사실 반도체만큼 협업이 필요한 분야도 드물다.

반도체 생산 과정을 보자. 오류가 없다고 검증된 반도체 설계도면이 있어야→특정 기능을 가진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고기술이 있어야 설계대로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첨단 기술을 구현하려면 그게 맞는 반도체 제작 장비가 있어야 하고→반도체를 전자기기에 넣으려면 더 작고, 가볍게 잘라 연결하는 조립(패키징) 기술이 필수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인 ASML 본사를 줄줄이 찾은 것도 ‘첨단 장비’가 곧 ‘첨단 반도체 생산’으로 직결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 ASML이 있다면 미국엔 램리서치(Lam Research)가 있다. 이들은 매출 기준 세계양대 반도체 장비기업인데, 서로 특화된 부문이 달라 크게 보면 협업관계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램리서치에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는 한국은 각별하다. 일찌감치 한국 법인(1989년)을 세우고 2003년부터 소재와 부품을 한국에서 조달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장비생산(2011년), 기술교육(2018년), 연구개발(2022년)까지 모두 한국에서 한다.
램리서치 최고경영자(CEO) 팀 아처도 1년에 수차례 한국과 한국 기업을 방문한다. 그 자신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출신으로 직접 반도체를 개발했던 기술통이다.

벅경민 기자

벅경민 기자

2024년, 그는 세계 반도체 시장을 어떻게 전망할까. 반도체 산업에 있어 세계경기보다 중요한 건 무엇일까. 인공지능(AI)은 반도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중앙일보가 단독 인터뷰했다.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Point1 정치는 ‘경쟁’해도 반도체 업계가 ‘협업’하는 이유
 -디램·낸드 언제쯤 살아날까

📌Point2 더 빠르게, 혁신 제품 수율 높이는 법  
-영화 ‘아바타’가 떠오르는 ‘쌍둥이 세계’

📌Point3 인간과 AI, 누가 더 반도체 잘 만들까
-업계 최초 실험 『네이처』지도 주목

지난해 반도체 수요가 부진했다. AI가 반도체를 살릴까.
지금까지 반도체 산업은 PC·스마트폰·빅데이터 등 ‘차세대 혁신(next big thing)’이 주도해 왔다. 특히 이들 제품이 대체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제품이 잇따라 추가되면서 반도체도 계속 성장해 왔다. 이제 우리는 AI와 스마트 모빌리티(자율주행차 등)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반도체 기술은 AI의 조력자이고, AI는 모든 업계의 조력자다. 특히 생성형AI는 말 그대로 새로운 콘텐트와 데이터를 ‘생성’하면서 신성장 동력이 될 거다.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은 1조 달러(약 1340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 특히 메모리반도체 강국인데.
메모리 시장 회복 시점은 올 연말로 본다. 디램(DRAM, 전원이 공급되는 동안에만 정보가 저장되는 휘발성 메모리) 시장은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늘고, 더 미세한 회로를 구현하는 설비를 확대하면서 커질 거다. 낸드플래시(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유지되는 비휘발성 메모리)의 경우 주로 기술이 업그레이드되며 수요가 늘 거다. 특히 올해는 주요 국가, 기업들이 최첨단 기술 투자를 늘리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거다. 한국도 이 분야 투자에 속도를 내야 한다.  

여기서 잠깐 명칭을 짚고 넘어가 보자. 우리가 흔히 메모리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라며 쓰는 반도체는 정확히 말하면 반도체(도체와 부도체의 중간)물질로 만든 전자부품, 즉 ‘반도체 소자(device)’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