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직전까지 ‘혈당 전쟁’ 1형 당뇨에, 백두대간 권한 의사

  • 카드 발행 일시2024.01.18

1형 당뇨는 진단 직후부터 죽을 때까지 혈당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완치는 없다. 그러나 절망도 없다. 세심한 관리로 누구보다 건강하게 살 수 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주은하(45)씨가 그렇다. 1999년, 꿈 많던 대학 신입생 때 그는 1형 당뇨 진단을 받았다. 이유 없이 살이 빠졌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심상찮은 증상이 하나둘 추가됐다. 사물이 여러 개로 보이고, 갈증이 극심해졌다. 타는 목마름에 입에 얼음을 물고 과제를 했다. 동네 내과 검사는 충격이었다. 혈당 수치가 500mg/dL였다. 당뇨 진단 기준(126mg/dL)의 4배에 달했다. 대학병원에 가니 ‘1형 당뇨’ 진단을 내렸다.

‘고산 등반’ 한다는 1형 당뇨 환자, 명의의 답은  

“진단 직후 집 뒷산에 올라갔어요. 너무 힘들어서 울면서 내려왔어요. ‘10년 뒤에 무조건 합병증이 온다’는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어요.”

진단 15년 후 주씨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조영민 서울대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에게 꾸준히 진료를 받으며 주씨는 절망을 이겨내고 있다. 진단 직후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 의사들도 1형 당뇨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전체 당뇨(1, 2형) 환자의 2~3%밖에 되지 않는다. 주씨는 우여곡절 끝에 1형 당뇨에 대해 잘 아는 조 교수를 만났고, 현재까지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지낸다.

“지금까지 백두대간 종주만 서너 번 했어요. 야영 장비 메고 하루 15㎞ 걷고 자다가 다음 날 15㎞ 걷는 식으로 했죠.”

주씨가 씩씩하게 생활하는 데에는 조 교수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주씨는 조 교수를 일컬어 “‘할 수 없어’ ‘안돼’ ‘하지 마’가 아니라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선생님”이라고 말한다. 한번은 주씨가 조 교수에게 언젠가는 3000~4000m 높이의 고산 등반을 하고 싶다고 했다. 건강한 사람도 힘든 일, 조 교수는 만류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