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나이키 27년 만의 이별…그 발단은 ‘아웃솔 분실’ 사건

  • 카드 발행 일시2024.01.10

2000년 5월 16일 오전 9시, 북해가 인접한 독일 함부르크 인근 구트 카덴 골프클럽에 궂은비가 내렸다. 비 때문에 아무도 없는 골프장에서 타이거 우즈와 그의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는 두 명의 남자와 조용히 접선했다.

한 명은 당시 나이키의 스포츠 마케팅 글로벌 디렉터인 켈 데블린, 또 한 명은 일본 브리지스톤 골프에서 볼을 만드는 록 이시이였다.

우즈는 전날 미국에서 독일로 떠나는 비행기에 오르면서 데블린에게 “나이키의 새 볼을 써볼 테니 내일 오전 9시에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이 열리는 함부르크 대회장으로 가져오라”고 했다.

일정상으로는 거의 불가능했다. 데블린은 나이키 본사가 있는 미국 오리건주에 있었고 볼은 일본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일본 브리지스톤을 통해 새로운 볼을 만들고 있었다.

나이키 골프 사장 밥 우드는 당시로서는 나이키 직원도 아니었던 볼 제작자 록 이시이의 새벽잠을 깨웠다. 이시이는 15분 만에 짐을 싸서 나와 공장에 들러 볼을 가지고 독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볼을 받은 우즈는 비바람 속에서 볼의 탄도를 점검한 후 나이키 로고를 단 투어 어큐러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타이거 우즈는 이 볼로 2000년 US오픈에서 2001년 마스터스까지 4연속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타이거슬램을 달성했다.

타이틀리스트를 쓰던 우즈가 갑자기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볼로 바꾸면서 양측 소송이 일어나는 등 용품 업계는 격동했다. 타이틀리스트는 개발 중이던 프로V1을 예정보다 급히 발매해야 했다.

우즈의 캐디인 윌리엄스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정을 맞춘 나이키의 노력에 깜짝 놀랐다. 이 내용이 담긴 전기『타이거 우즈』의 저자 제프 베네딕트는 “타이거 우즈는 변명이 아니라 결과를 원했다”고 썼다.

타이거 우즈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27년 동행이 끝났다. 우즈와 나이키는 9일(한국시간) 계약 종료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