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마약 던져 받는다, 메콩강 그 구역 충격 실태 ②

  • 카드 발행 일시2024.01.10
중앙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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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유통되는 마약의 99%는 외제(外製)다. 특히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의 경우 2022년 적발량(약 135㎏) 중 절반 이상(약 70㎏)이 동남아시아발(發)이었다. 다시 말해 동남아에서부터 한국까지 길게 이어지는 다국적 마약 유통 루트를 틀어막아야 마약 유통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마약 루트’의 시발점은 마약의 주산지인 미얀마, 라오스 등에서 태국으로 밀반입되는 단계다. 중앙일보가 태국과 미얀마·라오스의 국경 지역인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을 현장 취재한 이유이기도 하다. 거기서 목격한 실태는 대나무 벽이 전부일 정도로 허술하기 짝이 없는 국경의 현실이었다. (1회 참조)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주머니에 마약 넣어와도 몰라...검문 없는 국경 검문소

태국에서 미얀마, 라오스 등을 상대로 사업을 한다는 현지인 A씨가 보여준 돈 다발 사진. 그는 골든 트라이앵글 접경 지역 국경을 지날 때 "검문은 따로 없다"고 설명했다. 이태윤 기자

태국에서 미얀마, 라오스 등을 상대로 사업을 한다는 현지인 A씨가 보여준 돈 다발 사진. 그는 골든 트라이앵글 접경 지역 국경을 지날 때 "검문은 따로 없다"고 설명했다. 이태윤 기자

지난해 11월 미얀마 타칠렉과 맞닿아 있는 태국 매사이의 국경 검문소. 막 입국한 태국인 A씨는 휴대폰을 열어 사진을 한 장 보여줬다.

현금 다발로 가득 찬 상자 내부의 모습이었다. 미얀마·라오스 등에 중고차를 수출해서 챙긴 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검문소에서 돈의 출처를 따져 묻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의아한 듯 기자를 쳐다봤다.

사업 때문에 수없이 국경을 넘나들지만 한 번도 그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이 돈이 차를 팔아 번 돈인지, 마약을 팔아 번 돈인지 아무도 물어보지 않아요.

매사이의 국경 검문소에서는 미얀마와 태국을 오가려는 사람들이 검색대에 가방 등 소지품을 넣어 검사를 받고 있었다. 검색대 앞에 앉아있는 직원은 단 한 명 뿐이었다.

지난해 11월 15일 태국 치앙라이 매사이 지역의 검문소 모습. 이곳은 태국과 미얀마의 국경이지만 검색대를 통해 짐 내부만 들여다볼 뿐 몸수색은 전혀 없었다. 주머니에 마약을 숨겨 지나가도 적발이 불가능한 구조였다. 이태윤 기자

지난해 11월 15일 태국 치앙라이 매사이 지역의 검문소 모습. 이곳은 태국과 미얀마의 국경이지만 검색대를 통해 짐 내부만 들여다볼 뿐 몸수색은 전혀 없었다. 주머니에 마약을 숨겨 지나가도 적발이 불가능한 구조였다. 이태윤 기자

가방에 무엇이 들어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어 보였고, 몸수색은 전무했다. 10초도 지나지 않아 미얀마인 4명이 태국으로 넘어왔다. 그들 주머니에 마약이 있었다 해도 전혀 알 수 없는 지경이었다.

기자도 여권을 꺼낸 뒤 검문소로 들어섰다. 검문소를 통과해 반대편에 있는 미얀마로 입경하기 위해서였다. 그 때 졸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 검문소 직원이 벌떡 일어나 기자를 가로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