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배낭엔 ‘미친 약’ 80㎏…그게 강남 밤거리 스며들다①

  • 카드 발행 일시2024.01.09
중앙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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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방탄복이라도 줘요? 총 맞고 싶어요?

총을 든 군인의 매서운 눈초리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순간, 기자의 머리 속에 떠오른 건 검찰 관계자가 건넨 한 마디였다.

사전 취재 과정에서 만난 그는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의 마약 운반 루트를 직접 보고 싶다”는 기자의 말에 반농담조의 답변을 내놓았다.

바로 이 지역 인근에서 미얀마 마약 조직과 태국 군인들 간 총격적인 벌어져 15명이 사망했다는 내용의 외신 기사도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무장 군인의 존재는 두 가지 두려움을 안겼다. 그 하나는 정말로 총 맞을 수도 있다는 본능적 두려움이었고, 다른 하나는 여기서 취재가 허무하게 종료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었다. 그것도 목적지를 코 앞에 둔 상황에서 말이다.

지난해 11월 15일 태국 치앙라이 '골든 트라이앵글' 접경 지역의 모습. 태국 군인이 취재 차량에 탑승한 인원을 확인하고 있다. 이태윤 기자

지난해 11월 15일 태국 치앙라이 '골든 트라이앵글' 접경 지역의 모습. 태국 군인이 취재 차량에 탑승한 인원을 확인하고 있다. 이태윤 기자

태국발 비행기에 오른 건 지난해 11월15일이었다.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태국 북부의 치앙라이에 도착한 취재팀은 거기서 승합차를 구해 다시 구불구불한 산비탈 길을 내쳐 달렸다. 태국에서 처음 보는 산길이었다. 등이 좌석으로 쏠릴 만큼 비스듬히 기운 채 이동하다 보니 마치 강원도 대관령 비포장 산길을 넘는 듯했다.

마침내 미얀마와 국경을 접한 ‘매사이(Mae Sai)’로 막 진입하려던 순간 바로 그 군인과 조우했다. 태국 군인은 창문을 내리게 한 뒤 차량 내부를 매섭게 쏘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