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오른 설산, 오대산 서대… 곤줄박이가 내 손에 앉았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1.08

누구나 맘속에 난 길이 하나쯤은 있을 겁니다.

제 맘속에는 그 길이 여럿 있습니다.
해마다 새해 즈음이면 그 길 중 하나를 찾습니다.

여럿 중 어느 길을 갈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 오대산에 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그 바람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오대산 속의 그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대산의 오대 중에 서대로 오르는 길입니다.

길은 호젓합니다.
쉬이 사람을 만날 수 없기에 그렇습니다.

길 끝 즈음에 우통수(于筒水)가 있습니다.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곳 중 하나인 바로 그 우통수입니다.

우통수를 지나면 덩그런 암자가 나타납니다.
딱 한 스님만 기거하며 수도를 정진하는 곳이기에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는 암자입니다.

그러니 암자 출입문 앞,
딱 거기까지만 오를 수 있는 길입니다.

이렇듯 일반인 출입 불가니 사람 만날 일이 거의 없으며,
오롯이 자신과만 동행할 수 있는 길이기에
서대로 오르는 길을 찾는 겁니다.

우선 차를 타고
오대산 월정사를 지나 상원사 가는 길로 들어섰습니다.
눈 천지였습니다.
정확히는 눈꽃 천지인 겁니다.
굽이마다 숫제 눈 터널이 이어집니다.

산이며,
바위며,
계곡까지 오롯이 눈 속에 묻혔습니다.

앞서 길을 걷던 이가 절경을 도저히 참지 못했나 봅니다.
급기야 눈길을 헤치고 큰 계곡으로 내려 섰습니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습니다.
이 절경에선 그 사람 또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상원사 앞에 당도했습니다.
승객을 내려 준 버스가 되돌아갑니다.
눈길의 빨간 버스 또한 맘속에 맺힌 풍경이 되네요.

상원사 지나
드디어 서대로 가는 길 초입에 들어섰습니다.

오대산 오대암 중 서대는?

오대산(五臺山)은 주봉인 비로봉(1,563m)을 중심으로
동대산, 두로봉, 상왕봉, 호령봉 등의 봉우리가 늘어서 있습니다.

신라 때 자장율사가 이 산세가 중국의 오대산과 비슷하다 하여 오대산이라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

오대산엔 오대암이 있습니다.
중대 사자암(獅子庵)을 중심으로
동대 관음암(觀音庵), 서대 수정암(水精庵), 남대 지장암(地藏庵), 북대 미륵암(彌勒庵)이 있습니다.

이 중 서대 수정암은 상원사에서 중대 사자암으로 오르는 길 왼쪽에 난 오솔길을 따라가면 나타납니다.

여느 암자와 달리 수정암은 너와로 지어졌기에 암자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 수정암을 염불암이라고도 부릅니다.

수정암 바로 앞에 한강의 발원지 중 하나인 우통수(于筒水)라는 우물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