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말고 김광석? 누꼬?” 대구 뒤집은 그 길 뜻밖 사연

  • 카드 발행 일시2024.01.03

국내여행 일타강사⑫ 김광석 그리고 대구 골목

한 살을 더 먹었다. 나이를 먹는 게 더 이상 즐겁지 않게 된 건 김광석을 듣고 나서부터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는 걸음을 선뜻 내딛지 못하고서부터고, 머물러 있는 줄 알았던 청춘이 어느새 내 것이 아닌 걸 알고 나서부터다. 나이를 먹는 건 이제,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니고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 것들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 가는 일이다.

1월이 시작하면 희망찬 새해를 노래해야 하는데, 나 같은 ‘아재’는 계절병이 도져 맥없이 가라앉는다. 1월은 김광석(1964~1996)을 추모하는 달이어서다. 그는 1월에 태어났고(22일) 1월에 죽었다(6일). 오는 6일이면 28주기다. 내후년이 벌써 30주기라니. 달력을 봐도 믿기지 않는다.

김광석이 살아 있으면 올해 환갑이다. 김광석은 서른두 해를 살았다. 마흔 살이 되면 오토바이 타고 세계 일주를 하겠다고 했었는데,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다. 당신이 살았던 날과 당신이 떠나버린 날이 비슷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저린다. 이젠 당신의 웃는 얼굴도, 당신의 슬픈 목소리도 멀어져 간다는 뜻이어서다. 생전의 김광석이 허구한 날 콘서트를 열었던 대학로 학전 소극장도 곧 문이 닫힌다는 소식이다. 올 1월은 그의 노래가 더욱 귓가에 아른거린다.

김광석을 듣노라면 대구의 재래시장 옆 후미진 골목이 눈에 밟힌다. 그 골목에 가면 김광석이 예의 그 환한 얼굴로 웃고 있고, 김광석의 노래가 바람을 타고 흘러다닌다. 김광석을 추모하는 하나뿐인 공간이 낡은 시장 끄트머리 막다른 골목에 있어서 다행이다. 화려하거나 요란한 장소였으면 그렇게 뻔질나게 골목을 드나들지 못했을 터이다.

그러고 보니 대구의 시장 골목에는 참 많은 것이 담겨 있다. 김광석이 있고, 칼국수가 있고, 옛날 다방이 있고, 떡볶이 할매가 있다. 대구는 골목이다. 그물처럼 촘촘한 골목들의 총합이다. 그 골목을 따라 왁자지껄 시장이 들어섰다. 김광석 골목을 거닌 김에 대구의 다른 시장 골목도 내처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