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자작나무 숲에 누워라…겨울산 여행 8할은 ‘꽃놀이’

  • 카드 발행 일시2023.12.27

국내여행 일타강사⑪ 겨울 산행

겨울이다. 눈 내리는 겨울이다. 여전히 눈에는 도시인의 식어버린 가슴을 덥히는 마력이 있다. 꽉 막힌 도로 앞에서 ‘오늘 출근은 어떻게 하나’ 한숨짓다가도, 허공의 눈송이 만져보겠다고 팔을 뻗는다. 눈 앞에서는 누구나 철부지가 된다. 눈만 보면 뛰쳐나가고 싶고, 눈밭에 엎어져 뒹굴고 싶다. 첫비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지만, 첫눈 내린 날의 추억은 저마다 가슴에 묻고 산다.

눈이 없어도 겨울에는 산에 가야 한다. 겨울 산에 들면 그저 마음이 편해진다. 잎사귀 떨어내고 알몸 드러낸 나무들 덕분이다. 겨울바람에 휘청이는 강마른 겨울나무에서 하루하루 앙버티는 우리네 신세가 겹쳐지는 건 비단 나만의 심사가 아닐 테다. 봄날의 산에 풋 생명의 재잘거림이 있다면, 겨울 산에는 악착같고 도저한 삶의 의지가 있다.

눈이 내리면 더욱 산에 가야 한다.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는 경쾌하고, 한웅큼 집어 삼킨 눈에서는 박하사탕 맛이 난다. 아무도 밟지 않는 설원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는, 자르르 전기가 오른다. 눈 내린 산은 푸근하다. 세상의 온갖 허물을 지운 눈이 마음을 데운다. 아시는가. 눈 내린 산은 공기가 달다. 겨울은, 눈이 내려도 눈이 내리지 않아도 산행의 계절이다.

겨울 산에 들어야 만나는 풍경들을 모았다. 겨울 산은 의외로 풍요롭다. 다른 계절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이 모진 계절에만 모습을 드러내서다. 다만 안전은 조심하자. 두꺼운 옷과 따뜻한 물, 아이젠은 필수다. 나 홀로 산행만큼 낭만적인 여행도 없다지만, 이 계절만큼은 참자. 혹여 멧돼지와 맞닥뜨리면 가만히 서 있는 게 최선이다. 나도 놀라지만 그 녀석도 놀라기 때문에, 아니 그 녀석은 더 놀라기 때문에 호들갑만 떨지 않으면 그 녀석이 먼저 돌아선다. 내 경험이 그렇다는 것이고, 당신 앞의 멧돼지도 꼭 그렇게 행동한다고 장담하지는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