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 전 돌아가신 엄마 휴대폰, 마지막 통화한 남자의 정체

  • 카드 발행 일시2023.12.19

‘솔로몬의 지혜서’로 알려진 구약성경 제2경전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의 이름은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고 우리가 한 일을 기억해 줄 자 하나도 없으리니 우리의 삶은 구름의 흔적처럼 사라져가 버린다. 햇살에 쫓기고 햇볕에 버티지 못하는 안개처럼 흩어져 가 버린다.”(지혜서 2장 4절)

근래에 연세가 지긋하신 노인들의 전화가 자주 온다.
자신의 마지막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머지않았음을 느끼고 인생을 미리 정리해 두려는 것이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만큼 죽음을 대하는 자세와 생각이 달라졌다.

살면서 내게 소중하고 애착이 가는 물건들도 주인을 잃고 나면 그저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
타인에게, 심지어 남은 가족에게도 의미 있는 물건이 아닐 수 있다.
가령 혼수로 해 왔던 오래된 이불이나 장롱을 애지중지하는 어르신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물건들은 돈을 주고 일꾼을 써서 버려야 하는 큰 짐들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어르신들은 미리미리 자신들의 물건들을 정리해 두려 한다.

얼마 전 걸려온 전화도 그런 노인들의 사연이었다.
고인의 딸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6주 전에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셨다고 한다.

“제가 작은 물건들은 거의 정리했어요. 엄마 휴대폰을 해지하기 전에 지인분들에게 연락을 드리려고 하는데 가장 첫 번째 연락처가 ‘유품정리사 김새별’이었어요.”
“아, 네…. 종종 어르신들께서 전화를 주십니다.”
순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 받았던 수많은 통화 내용이 머릿속을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