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반까지 비닐에 욱여넣었다…동생의 고독사, 누나의 ‘득템’

  • 카드 발행 일시2023.12.12

유족들이 집 안으로 우르르 들어갔다.
각자 손에 장바구니로 흔히 쓰이는 빈 비닐백을 들고 말이다.

“유품을 찾아보시기 전에 고인의 흔적부터 부분적으로 먼저 정리하는 게 어떨까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그런 건 상관없다는 듯 유족들은 고인의 원룸으로 먼저 들어갔다.
그래, 유족이라도 찾아와 줬으니 고인은 편히 눈을 감겠지….

현장은 지방에 있는 오래된 원룸이었다.
유가족의 의뢰를 받고 멀리까지 출장을 갔다.
거리가 멀어 전날 미리 도착해 하룻밤을 묵고 아침 일찍 현장을 방문했다.

오전 9시에 도착한 유족들은 자기들이 먼저 현장에 들어가 유품을 챙기겠다고 했다. 고독사 시신의 흔적이 남았을 텐데 괜찮을까 싶었지만, 권한은 그들에게 있는 거니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가늠할 수 없었다. 양해를 구하고 늦은 아침을 먹으러 다녀왔다.

식사를 하고 와서도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가족들이 나왔다.
비어 있던 비닐백은 터질 듯이 가득 차 있었다.
유족들은 고인이 사뒀던 햇반까지 챙겨 나왔다.
꽉 찬 비닐백 위에 욱여 담아 내게도 제품 포장이 보였다.

“말씀하시면 찾아서 전부 전달해 드릴 텐데요.”
“아휴, 아니에요. 번거로우실 텐데.”
그들의 생각이 어느 쪽이었든 따지고 보면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

어쨌든 일찍 시작해 일찍 끝내려던 나의 계획은 무산됐다.
가족들이 떠난 뒤 부랴부랴 일을 서둘렀다.
짧은 묵념과 소독을 하고 고인의 흔적이 남긴 방안으로 들어갔다.

고인의 누나는 이런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이 진작부터 들었다고 했다.
고인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
방 한쪽엔 커다란 술통에 담긴 담금주가 여러 통 있었다.
방 바닥엔 빈 소주병이 나뒹굴었다.

고인은 매일같이 술을 마신 뒤 잠을 청했다.
늘 그래 오다 다음 날 끝내 일어나지 못한 게 그날이었을 뿐이다.
수면유도제와 같은 약들도 여러 병 보였다.
‘술을 마신 후에도 잠들기 어려워 약을 드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