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방’ 몰아내고 사촌 앉혔다…최태원의 SK, 진짜 리스크는

  • 카드 발행 일시2023.12.11

SK연구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과 캐시카우(현금 창출원)가 적절하게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SK그룹에선 성장 사업군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SK텔레콤 등 주력 계열사의 외형이나 수익성이 정체해 있는 것도 숙제입니다.”

이지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SK 주요 계열사의 경영 성적을 이렇게 냉정하게 진단한다. 계열사 간 자율성이나 집단 의사결정 체제 구축 등은 다른 기업보다 앞섰지만, 초격차 경쟁력을 보유한 ‘확실한’ 미래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모습. 뉴스1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모습. 뉴스1

신수종 사업 BBC 고전에 ‘파격 인사’ 

SK그룹은 1973년 창립 이래 그동안 섬유→정유·에너지→통신→반도체 등으로 3단계 체질 변화에 성공했다. 그 결과 1998년 최태원 회장 취임 이후 25년 새 재계 5→2위로 뛰어올랐다. 주요 계열사 시가총액도 같은 기간 3조8000억원에서 165조5100억원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신수종으로 내세운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최태원 회장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프랑스 파리로 불러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서든 데스(Sudden Death·돌연사)’할 수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런 위기의식은 최근 발표된 ‘파격 인사’에서도 나타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룹 2인자’ 자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낙점했다. 조대식 수펙스 의장과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부회장 4인방’은 2선으로 퇴진했다. 대신 50대 ‘젊은 피’를 일선에 포진시켰다.

중앙일보는 ‘SK연구’ 시리즈 마지막 회차에서 에너지·반도체·통신 전문가에게 의뢰해 SK 주요 계열사에 대한 사업 전망과 과제를 중심으로 SWOT을 분석했다. SWOT는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 요인 네 가지를 하나의 선상에 두고 보는 경영분석 기법이다. 강점은 살리고 기회를 활용해 약점과 위협을 회피하는 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 다방면으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