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VAR 왜 필요해? 리버풀 울린 ‘충격적 오심’

  • 카드 발행 일시2023.12.07

스포츠 판정 시스템의 혁명으로 불리는 VAR(Video Assistant Referee·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등장한 이후에도 여전히 오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VAR이 영상을 제공하더라도 이를 분석해 최종 결론을 내는 주체가 사람이니 어찌 보면 ‘인간적인 실수’가 나오는 건 피할 수 없는 결과일지 모르겠습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대 축구에서 VAR의 비중과 의존도는 나날이 높아만 갑니다. 축구의 영향을 받은 타 종목에서도 ‘기계의 눈’에 판정을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사람 냄새가 사라진다’는 푸념을 뒤로 하고 스포츠 판에서 나날이 성장 중인 VAR 관련 이슈를 ‘축구 박사’ 한준희 해설위원이 짚어드립니다.

지난 10월1일(한국시간) 토트넘과 리버풀이 맞붙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라이벌 대결에서 오래도록 잊히기 어려운 오심 해프닝이 발생했다. 전반전 26분쯤 리버풀의 커티스 존스가 퇴장당하며 리버풀이 수적 열세에 빠졌을 때 오히려 불리한 처지에 놓인 리버풀이 기가 막힌 선제골을 터뜨린다. 전반전 34분, 모하메드 살라의 재치 있는 패스가 토트넘의 드넓은 배후 공간을 관통했고, 이를 루이스 디아스가 어려운 각도에도 불구하고 절묘한 골로 연결시킨 것이다. 일견 이 골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주·부심의 즉각적인 판정은 ‘오프사이드’로 인한 ‘노 골’이었다.

그러나 이 순간 리버풀의 팬들은 믿을 구석이 있었다. 이 상황을 체크해야 하는 VAR(Video Assistant Referees; 비디오 부심)이 비디오 판독실(Video Operation Room)에 존재하기에 이 정도의 오심이라면 지극히 높은 확률로 뒤집을 수 있으며 실제로 그래 왔던 까닭이다. 하지만 평상시와 달리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VAR이 오프사이드 여부를 체크하는 상황에서 필히 등장하는 ‘라인 그어보기’ 화면이 중계방송에 나오지 않고 있었고, 주심과 VAR의 잠깐의 교신 이후 경기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노 골’ 판정 그대로 진행된다. 결국 리버풀은 이 경기에서 1-2로 석패했다.

VAR을 거치고도 득점으로 인정 받지 못한 리버풀 미드필더 디아스(왼쪽)의 슈팅 장면.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악의 오심 중 하나로 손꼽힌다. 로이터=연합뉴스

VAR을 거치고도 득점으로 인정 받지 못한 리버풀 미드필더 디아스(왼쪽)의 슈팅 장면.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악의 오심 중 하나로 손꼽힌다. 로이터=연합뉴스

심판진은 디아스의 동점골 직후 VAR을 활용해 상황을 체크하고도 심판 간 교신 오류로 인해 오프사이드 처리하며 득점을 무효화해 논란을 낳았다. AFP=연합뉴스

심판진은 디아스의 동점골 직후 VAR을 활용해 상황을 체크하고도 심판 간 교신 오류로 인해 오프사이드 처리하며 득점을 무효화해 논란을 낳았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이 장면은 틀림없이 ‘온사이드’였고 리버풀은 선제골을 가져갔어야만 했다. 이것은 특히 VAR이 도입된 이래, 세계 굴지의 프로축구 리그에서 발생한 역대 레벨의 오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