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은 호리호리, 1명은 넓적” 이 한마디에 난 21년 잃었다

  • 카드 발행 일시2023.11.29

2013년 6월 24일 새벽 2시 최인철(64)씨가 집으로 향했다. 집은 누군가에겐 매일 저녁쯤 돌아갈 수 있는 안식처이지만, 그에겐 달랐다. 7901일, 21년 하고도 6개월이 넘는 세월을 견디고서야 그는 집에 갈 수 있었다. ‘새벽 공기를 마음껏 마셔본 게 언제지.’ 기억이 흐릿했다. 초여름 풀냄새를 맡고서야 비로소 창살 밖 세상으로 나왔다고 실감했다. 철문 밖으로 마중 나온 동생이 보였다.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않고 다짜고짜 팔을 잡아끌었다. 어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20대 후반부터 절친이었던 최인철(64·오른쪽)씨와 장동익(67)씨는 어느 날 갑자기 예상치 못한 풍파를 함께 맞았다. 김종호 기자

20대 후반부터 절친이었던 최인철(64·오른쪽)씨와 장동익(67)씨는 어느 날 갑자기 예상치 못한 풍파를 함께 맞았다. 김종호 기자

동생이 말없이 운전대를 잡았다. 그렇게 광주교도소에서 3시간쯤 달려 다다른 곳은 부산 옆 경남 창원시 용원동. 동네 어귀에 들어설 때쯤 그는 생각했다. ‘타임머신을 탄 것 같네.’ 그의 기억 속 동네는 대파밭과 연립주택이 어지러이 섞인 곳이었다. 7901일 후의 동네엔 고층아파트와 상가가 반듯하고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그는 괜스레 위축됐다. 일부러 자꾸 어깨를 폈다.

그는 차를 타고 오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부인과는 3년가량 접견이 끊겼다. 편지를 보내면 “잘 지내고 있다”는 답이 오곤 했다. 그 답장에 기대어 불안한 마음을 꾹 눌렀다. 떠오르는 불안한 경우의 수는 외면하려고 애썼다. 동틀 무렵 도착한 집 앞에서, 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쉰 뒤 문을 열었다. 순간 눈앞의 광경에 마음이 무너졌다.

나는 무죄입니다


“무죄가 선고됐다.”

간결한 판결 기사 뒤에 가려진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오늘날 수사 단계에선 수많은 보도가 쏟아지지만,
재판 결과와 당사자의 이야기는 비교적 자세히 알려지지 않습니다.

누명을 썼다가 뒤늦게 무죄로 밝혀진 이들의 사연은 더 길고 씁니다.
주변 사람에게도 고통이 스몄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다시 희망을 찾고 삶을 살아내고 있었습니다.

세상의 기억에서 희미해지는 사건 속 사람을 만나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막과 이들의 인생을 톺아봅니다.

📃 목록


EP1. 멈춰버린 두 친구의 21년…영수증에 새긴 진실
EP2. 작은 섬마을 노인의 눈물…50년 만에 꺼낸 이야기
EP3. 잊을 수 없는 목소리…진범이 풀려났다
EP4. 10년 동안 14번의 재판…귀농 부부에게 생긴 일
EP5. 증거는 그를 가리켰다…조작된 현장의 비극

최인철씨는 자신이 없는 사이 생계를 도맡아 고생했던 부인 이야기를 하면서 자주 침묵했다. 김종호 기자

최인철씨는 자신이 없는 사이 생계를 도맡아 고생했던 부인 이야기를 하면서 자주 침묵했다. 김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