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 듯 말 듯 ‘스마일’…양희영의 참 착한 모자

  • 카드 발행 일시2023.11.24

“몸이 아파 스폰서가 기대하는 만큼 성적을 내지 못할 것 같아요. 저 계약 연장하지 않는 게 좋겠네요.”

스포츠매니지먼트사 올댓 스포츠의 고재헌 부사장은 지난해 말 양희영에게 이런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그는 “몸이 훨씬 더 아파도 이를 숨기고 계약하는 선수가 많은데 양희영 선수는 의외였다”고 했다.

양희영은 23일 전화 인터뷰에서 “아픈 팔이 나을지도 모르고 나이도 적지 않아 언제 은퇴할지 알 수 없었다. 스폰서에게 폐 끼칠까 걱정됐다. 부담 없이 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고 부사장은 “후원 계약할 때 최소 대회 출전 수 등의 계약 조항이 있긴 하지만 스폰서 측이 이를 문제 삼는 경우는 없었다. 양희영 선수의 마음이 아주 착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과도한 책임감을 가진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양희영이 지난 20일 LPGA 투어 최종전 CME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 스폰서 로고 없이 작은 스마일이 새겨진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 모자는 양희영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 준다.

원한다면 양희영은 후원사를 얻을 수 있었다. 이른바 ‘먹튀’가 흔한 세상에 양희영은 자신의 품격을 지켰다. 양희영은 골프계에서 대표적인 순둥이고, 자신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모자의 커다란 여백과 작은 스마일 로고에서 그런 양희영의 마음을 보는 듯하다.

양희영의 부모는 모두 국가대표 출신이다. 아버지 양준모씨는 80년대 한국 기록을 세운 카누 선수였고, 어머니 장선희씨는 86서울아시안게임 창던지기에서 동메달을 땄다. 두 사람은 태릉선수촌에서 만나 결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