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사담을 나누는 연예인이 유튜브를 점령했다. 매니저의 제지에도 비틀거리며 알 수 없는 춤사위도 선보인다. 음주를 소재로 한 예능 인기에 너도나도 취중 토크에 나서면서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돌·배우 할 것 없이 신곡·신작 홍보를 위해 ‘술방’(음주 방송)에 출연하는 추세다. 지상파 3사가 전부이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 한 음주 예능은 유튜브 플랫폼이 자리 잡은 지 10년 만에 대세 예능 포맷이 됐다. 이들은 연예인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취중 진담’과 ‘음주 미화’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중이다.
📂유튜브 속 ‘술방’ 홍수, 어떤 프로그램 있나
」현재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음주 예능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 중 이영지의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차쥐뿔), 조현아의 ‘목요일 밤’(조목밤), 기안84의 ‘술터뷰’, 성시경의 ‘먹을텐데’, 신동엽의 ‘짠한 형’, 방탄소년단(BTS) 슈가의 ‘슈가와 취하는 타임’(슈취타), 갓세븐 뱀뱀의 ‘뱀집’, 소유의 ‘혼저옵소유’, 지상렬의 ‘술먹지상렬’, 풍자의 ‘풍자애술’ 등이 높은 조회 수와 화제성을 자랑한다. 이들은 모두 매회 출연하는 게스트와 술을 마시면서 부담 없이 대화를 나누는 포맷으로 진행된다. 대놓고 음주 예능을 표방하다 보니 출연한 연예인들이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거나 꾸벅거리며 조는 모습도 거침없이 공개된다. 시청자는 술자리에서만 볼 수 있는 유쾌하고 인간적인 연예인의 모습에 반응한다. 음주 예능이 이토록 활개를 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술방 채널의 선두주자는 ‘차쥐뿔’이다. 엠넷(Mnet) 랩 서바이벌 ‘고등래퍼’ 출신 이영지의 시원시원하고 솔직한 성격이 바탕이 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영지가 자신을 깎아내리면서까지 게스트를 띄워주고 장난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주거니 받거니 술을 나누다 보면, 게스트는 편하게 현장에 적응해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낸다. 지난해 6월 개설된 이 채널은 1년 반 만에 구독자 335만 명을 달성했으며, 누적 조회 수는 3억 회를 훌쩍 넘겼다. BTS 멤버 진 또는 세븐틴 멤버 호시가 등장한 영상 조회 수는 각각 2000만 회를 넘겼고, 블랙핑크 지수는 1963만 회, 있지 채령은 1870만 회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에스파 카리나, 아이브 안유진, 트와이스 채령·나연, 샤이니 키, 르세라핌 김채원, 배우 박보영 등이 출연한 편은 1000만 조회 수를 넘겼다. 특히 인기 아이돌이 가장 출연하고 싶어 하는 콘텐트로 꼽힌다. 지수는 ‘차쥐뿔’에서 멤버들이 “언니가 솔로 활동을 하는 것보다 ‘차쥐뿔’에 나가는 게 더 부럽다”고 했다고 밝혔을 정도다. 시즌제로 제작되고, 지난 7월 시즌2를 마무리하고 현재는 휴식 기간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