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알레르기로 응급실 갔죠” 4마리 키우는 그 집사 사연

  • 카드 발행 일시2023.11.03

펫 톡톡

안녕하세요. 각양각색의 성격을 가진 반려견 네 마리(리듬, 두부, 누룽지, 제비)를 키우고 있는 강슬기입니다.
저와 동고동락하는 룸메이트인 녀석들을 여러분께 소개해 볼까 합니다.

첫 번째는 ‘리듬’(핏불테리어, 10살)이에요. 반려견이란 존재는 전혀 없었던 제 삶 속에 느닷없이 찾아온 녀석이죠. 10년 전 동네 친구가 분양받았던 녀석인데 집에서 반대가 심해 급한 대로 저한테 잠깐 봐달라고 하더군요. 반려견을 키워 본 적도 없고 심지어 만지지도 못할 정도였던 저였지만 어쩔 수가 없었죠. 그러고 어영부영 6개월의 시간이 흘렀어요. 상황은 변한 게 없었고, 우리 집이 아니면 갈 곳이 없었던 리듬이와 정이 든 나머지 제가 키우게 됐어요.
개에 대해 잘 몰랐던 저를 걱정한 지인들이 대형견 핏불의 위험성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조언을 해주더군요. 하지만 실상은 달랐어요. 리듬이는 너무도 착한 친구예요. 유별난 유년기를 보내긴 했지만, 지금은 나머지 세 마리에게 엄마 같은 역할도 하고 있죠. 두부, 누룽지, 제비가 우리 집에 왔을 때 녀석들이 적응할 시간을 주며 기다려줬고 심지어 보듬어주기도 했어요. 나이도 많고 서열도 꼴등이지만 듬직한 녀석이죠.

리듬이의 과거(4개월, 왼쪽)와 현재(10살).

리듬이의 과거(4개월, 왼쪽)와 현재(10살).

두 번째 친구는 ‘두부’(폼피츠, 8살)예요. 두부는 리듬이가 두 살이 막 될 즈음에 저에게 오게 됐어요. 너무 활발하고 많이 짖어서인지 두 번의 파양을 겪었던 녀석이죠. 이것 때문은 아니지만...데려올 때 네 마리 중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녀석이에요. ‘리듬이가 두부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죠. 다행히 제 우려와는 다르게 둘은 잘 지냈어요.
두부는 보통의 강아지와 달리 이해력이 빠르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에 대한 욕구가 큰 녀석이에요. 이러다 보니 지금 제가 하는 ‘독 트레이너’ 업무에 도움을 주고 있어요. 제가 강아지 피트니스와 매너 교육을 다루는 수업을 할 때 시범 조교가 필요할 때 함께하곤 해요.

두부의 과거(4개월, 왼쪽)와 현재(8살).

두부의 과거(4개월, 왼쪽)와 현재(8살).

세 번째는 ‘누룽지’(포메라니안, 7살)입니다. 누룽지는 제가 반려견 용품숍에서 일했을 때 만났어요. 이때 누룽지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오른쪽 앞다리가 골절되는 사고를 겪었어요. 몸무게가 2㎏ 남짓인 아주 작은 녀석이라 어렵게 수술을 했지만, 숍에서 관리하는 강아지이다 보니 사후 관리가 잘 안 됐어요. 누룽지가 깁스한 상태에서 수술 부위를 자꾸 핥다 보니 침이 고여 피부가 괴사하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제가 병원에 데려갔고 돌아오는 길에 안쓰러운 마음에 ‘얘는 내가 데려다 키워야겠다’란 생각이 들어 사장님께 퇴직금이라 생각하시고 누룽지를 저에게 달라고 했죠. 반려견이 한 마리에서 두 마리로 늘어나는 게 어렵지 두 마리에서 세 마리 늘어나는 건 쉽지 뭐예요.
‘초소형 맹견’이란 타이틀을 가진 누룽지는 우리 집에서 서열 1등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어요. ‘난 너희와 급이 달라’라는 느낌으로 나머지 세 마리를 누룽지가 따돌리고 있죠. 하하.

누룽지의 과거(1살 미만, 왼쪽)와 현재(7살).

누룽지의 과거(1살 미만, 왼쪽)와 현재(7살).

네 번째는 막내 ‘제비’(믹스견, 1세)예요. 저와 함께 지내는 친구 모두가 그랬지만 제비 역시 계획하고 데리고 온 친구는 아니에요. 한 유기견 관련 SNS에서 이 친구의 공고를 봤어요. 구조됐을 때가 생후 10일 정도였고, 눈은 떴는데 귀가 다 열리지 않았더군요. 그보다 제가 마음이 많이 쓰였던 부분은 뒷다리 한쪽이 잘린 채 발견됐고. 나머지 한쪽 다리도 발가락이 기형인 상태였어요. 그래서 그 게시물을 유심히 보게 됐지만, 이미 저는 세 친구와 함께 지내고 있기 때문에 그저 안쓰러워할 뿐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