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쫓던 개, 사람도 바꿨다…삽살개 복동이 놀라운 마력

  • 카드 발행 일시2023.11.10

펫 톡톡

클래스가 다른 전문직 ‘댕댕이’ by 펫 톡톡

 가정에서 반려인에게 사랑을 주는 ‘내 새끼’와 달리 직업이 있는 ‘댕댕이’가 있습니다. 인명구조견·마약탐지견·군견·안내견·쇼독·헌혈견 등으로 불리는 녀석들입니다.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도 쉽지 않습니다. 때론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하기에 특별한 자질과 능력도 필요합니다.

이런 직업견들의 일과는 어떨까요? 고질적인 직업병과 스트레스는 없을까요? 퇴근 후엔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녀석들의 일터로 직접 찾아가 만났습니다. 직장생활의 애환과 생생한 현장 경험담을 직업견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봤습니다.

다섯 번째 주인공🐕
상처 받은 사람들의 마음 보듬는 ‘동물매개치료 도우미견’입니다.

지난 6일 대구 대동병원에서 동물매개치료에 참가한 환우들이 치유견 일석(왼쪽)과 복동을 쓰다듬어 주고 있다.

지난 6일 대구 대동병원에서 동물매개치료에 참가한 환우들이 치유견 일석(왼쪽)과 복동을 쓰다듬어 주고 있다.

안녕하세요. 동물매개치료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는 삽살개 복동(8살, 장모종), 일석(4살, 단모종)입니다. 저희는 경북 경산에 위치한 한국삽살개재단 소속으로, 올해로 3년째 심리치유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늘(6일)은 대구에 있는 대동병원에서 치료 도우미로 활동하게 됐어요. 한 달에 한두 번 사람들과 만나 치료를 돕는 일을 하고 있죠. 마침 저기 낯익은 환우 한 분이 오시네요.

삽살개 복동이를 쓰다듬으며 매개치료를 하고 있는 환우들.

삽살개 복동이를 쓰다듬으며 매개치료를 하고 있는 환우들.

환우께서 “복동아 잘 지냈니? 나 알지? 보고 싶었어”라며 인사를 건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네요. 이 병원은 저희를 활용한 심리 치료를 2021년부터 해 오고 있어요. 환자들의 반응이 좋다며 많은 관심을 갖고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답니다.

치료에 참가한 배석준씨가 복동이의 털을 빗어주고 있다.

치료에 참가한 배석준씨가 복동이의 털을 빗어주고 있다.

동물매개치료 체험을 진행 중인 정경훈 핸들러. 사진 한국삽살개재단

동물매개치료 체험을 진행 중인 정경훈 핸들러. 사진 한국삽살개재단

프로그램은 일주일에 1회씩 네 번 혹은 여덟 번의 과정으로 진행하는데요. 환우들이 저희의 심장 소리를 듣거나 머리를 쓰다듬고, 또 목욕을 시키기 등의 활동을 합니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마음의 병이 있거나 심리적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치료해 나가는 게 목적입니다.

🐕여기서 잠깐! 매개치료 도우미 ‘삽살개’에 대해 알아볼까요?

‘삽살개’는 우리나라 고유 강아지 중 하나로 1992년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지정됐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삽살개는 긴 털을 가진 ‘장모(長毛)’지만 ‘단모(短毛)’도 이 종의 큰 부류 중 하나다. 털 색은 황색·흑색을 띠는 개체가 많고 백색, 바둑이 등의 개체는 그 수가 적다. ‘삽살’은 귀신이나 액운을 쫓는다는 뜻을 지닌 ‘삽(쫓는다, 들어내다)’과 ‘살(귀신, 액운)’이 합쳐진 순수 우리말 이름이다. 한반도에 널리 서식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등장할 만큼 그 역사가 깊다.

삽살개는 단모와 장모로 나뉜다. 사진은 복동이(왼쪽)와 일석이.

삽살개는 단모와 장모로 나뉜다. 사진은 복동이(왼쪽)와 일석이.

특히 사람들과 교감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성품이 너그러워 다른 종의 강아지들과도 잘 어울릴 뿐 아니라 교감을 통한 반복적인 훈련에 뛰어나다. 또 낯선 공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한 성품을 가지고 있으며 행동이 점잖고 느긋하다. 이런 장점 때문에 현재 동물매개치료 도우미, 독도 지킴이 등으로 활동하고 있고 과거에는 문화재 지킴이 등으로도 활동했다.

저희 덩치가 좀 크다 보니 첫 수업 때는 다가오지 못하는 분들도 있지만, 한두 번 더 만나게 되면 적극적으로 만지고 껴안고 심지어 뽀뽀까지 한답니다. 저희와의 관계를 통해 굳게 닫았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기도 하고요, 무거운 마음의 짐을 저희에게 덜어 놓는 분도 계세요. 저희는 말없이 그냥 두 눈을 맞춰 드릴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