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물품 1000개 뒤진다, 요즘 일복 터진 ‘인천의 개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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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가 다른 전문직 ‘댕댕이’ by 펫 톡톡

가정에서 반려인에게 사랑을 주는 ‘내 새끼’와 달리 직업이 있는 ‘댕댕이’가 있습니다. 인명구조견·마약탐지견·군견·안내견·쇼독·헌혈견 등으로 불리는 녀석들입니다.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도 쉽지 않습니다. 때론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하기에 특별한 자질과 능력도 필요합니다.

이런 직업견들의 일과는 어떨까요? 고질적인 직업병과 스트레스는 없을까요? 퇴근 후엔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녀석들의 일터로 직접 찾아가 만났습니다. 직장 생활의 애환과 생생한 현장 경험담을 직업견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봤습니다.

「

네 번째 주인공🐕
‘마약과의 전쟁’ 최전선의 수문장, ‘마약 탐지견’입니다.

」

마약 탐지견 ‘딜론’

안녕하세요. 저는 관세청 인천공항세관 소속 마약 탐지견으로 근무하고 있는 ‘딜론(래브라도 리트리버, 3세, 수컷)’입니다. 저는 파트너인 박동민 주무관님(핸들러)과 함께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 국제우편물류센터을 통해 몰래 들여오는 마약을 찾아내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밀반입하는 마약이 늘어나면서 공항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습니다. 덩달아 저의 업무량도 많아졌습니다. 예전에는 몇몇 주의가 필요한 국가를 중심으로 우편물을 검사했었는데, 요즘에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나라에서 오는 우편물에서 마약을 탐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제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자, 지금부터 제가 어떻게 마약을 찾아내는지 현장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국제우편물류센터에서 마약 탐지 활동을 하는 딜론.

현재 인천국제공항에는 22마리의 동료 마약 탐지견이 담당 핸들러와 짝을 이뤄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 동료 한 마리당 하루 평균 1000여 개 이상의 물품을 점검하고 있죠. 그 안에서도 저는 각국 항공편의 우편물들이 모이는 국제우편물류센터 1층 우편물 컨베이어 벨트에서 주로 탐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하루에 한 번 하는 고칼로리의 식사와 함께 출근 준비를 마치면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합니다. 몇 초 만에 지나가 버리는 해외 우편물 안에서 마약을 찾아내는 일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핸들러도 바로 옆자리에 서서 주기적으로 우편물을 건드려 제가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대부분은 평범한 우편물이지만, 제 코를 자극하는 우편물이 나타나면 그 방향을 향해 멈춰 서서 핸들러에게 알립니다. 핸들러가 보상으로 고리 모양의 놀잇감을 꺼내면 오늘 업무도 성공적입니다. 마약을 찾는 일은 저에겐 하나의 즐거운 놀이와 같습니다.

국제우편물류센터의 1층 우편물 컨베이어 벨트에서 박동민 핸들러와 함께 마약 탐지 활동하는 딜론.

마약이 담긴 우편물을 발견하고 자리에 앉아 박동민 핸들러에게 우편물의 위치를 가리키고 있는 딜론.

저는 사람과 비교해 최대 1만 배까지 발달한 후각을 가지고 있어서 해외에서 교묘하게 밀수하려는 마약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눈으로 보기도 어려운 0.1g 수준의 마약도 탐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업무 공간인 컨베이어 벨트에서는 다양한 항공편에서 온 수많은 우편물의 냄새가 서로 뒤섞여 지나가기에 간혹 마약을 착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특히 마약과 비슷한 성분이 담긴 의약품의 경우에는 구별이 쉽지 않죠. 자랑 같지만 저는 아직까지 마약이 아닌 물품을 마약으로 착각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다량의 마약 적발 실적도 가지고 있고요. 가끔은 업무 중에도 저와 핸들러가 모르게 훈련용 마약을 투입해 찾아내게 하는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마약 탐지 능력을 키우기 위한 일종의 실전 훈련인 셈입니다.

국제우편물류센터에서 마약 탐지 활동을 하는 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