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보자마자 “돼지인데?”…반려견 ‘쎈’의 센 첫인상

  • 카드 발행 일시2023.10.20

펫 톡톡

비폭력 평화주의 개 ‘쎈’.

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을 사랑해 늘 웃는 얼굴, 혓바닥마저 하트 모양.
애견카페 상주견 알바로 딱 맞는 관종견.
산책시킬 때마다 어르신들이 돼지인 줄 아는 아리송한 강아지.
동물병원도 놀이터로 착각하는 똥꼬발랄한 멍충미.

안녕하세요.
5살 3개월 된 프렌치 불독 쎈의 보호자 조회수입니다.

쎈은 ‘꼬장’과 ‘마로’에 이은 저의 세 번째 반려견이에요. 견종이 페키니즈인 꼬장이와 마로는 부자지간이었죠. 꼬장이는 2015년에 15살의 나이로, 마로는 2017년에 15살의 나이로 무지개다리를 차례로 건넜어요. 2년 간격으로 한 마리씩 보낼 때마다 참 많이 울면서 그리워하고 힘들었어요. 저희 부모님은 제가 중학교 2학년이 되자마자 돌아가셨어요. 그때의 슬픔보다 더한 슬픔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반려견들을 보내는 것은 완전히 달랐어요. 자식을 키워보지 않아서 비교한다는 건 말이 안 될 수 있겠지만 아마도 ‘자식을 먼저 보낸다면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별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더라고요. 꼬장이와 미로를 떠난 보낸 후 가장 후회했던 것은 무엇보다 제가 한창 일해야 했던 시기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에요. 아이들이 많이 외로웠을 것 같아 미안했어요. 그래서 반려견의 짧은 견생을 온전히 함께할 수 있는 여건이 될 때까지는 섣부르게 새로운 인연을 만들지 않겠고 다짐했었죠.

그런데….
저희 오빠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아요. 또 한 마리를 입양하자고 제안했죠. 꼬장, 마로를 덥석 데려다만 놓고 키우는 건 저에게 미뤘던 오빠였지만 이번엔 다른 이유가 있었어요.
오빠의 시간은 꼬장, 마로를 떠나보낸 뒤 완전히 멈춰 섰어요. 신부전으로 일주일에 세 번씩 병원에서 혈액 투석을 하게 되면서 사회생활이 중단됐죠. 바쁘게 일하면서도 틈틈이 동호회·레저 활동 등을 즐기는 외향적인 사람이었는데… 갑작스러운 투병으로 인해 변화된 생활은 오빠가 혼자 견디기에 외로웠던 것 같아요. 이해는 됐지만… 전 아직 때가 이르다고 생각했어요.

2018년 8월 오빠가 사진 몇 장을 보여줬어요. 귀가 쫑긋한 너무 귀여운 만화 같은 강아지였죠.
“너 프렌치불독 알지? 이 강아지인데, 아빠가 도그쇼 챔피언 출신이야. 족보가 있어서 200만원에 분양하는 강아지래. 우리 한 마리 분양받을까? 지인이 내가 데려가기만 하면 좀 싸게 분양해 준대.”
아직도 강아지를 키울 준비가 안 돼 있던 저는 욕심 내지 말자고 오빠를 잘 다독였고 다시는 말도 못 꺼내게 했죠.

그러고 몇 달 뒤, 오빠한테 급하게 전화가 왔어요.
“그때 그 프렌치불독 있잖아! 너무 예쁜데 4개월이 지나도록 왜 분양이 안 된 건지 모르겠어. 그 강아지 10만원에 분양해 준대! 나 너무 키우고 싶다! 꼭 데려오고 싶어!”
오빠의 간절함이 심하게 묻어 나는 목소리에 제 마음이 움직였어요. 대신 이번에 데려오면 오빠가 산책도 시키고, 배변 패드도 갈아주고 반드시 함께 돌본다는 약속을 받은 후, 분양받는 것을 허락했죠. 그렇게 쎈은 오빠와 우리 가족이 되었어요.

쎈의 첫인상은 오묘했어요. 음… 귀는 토끼처럼 쫑긋하고 얼굴보다 크고 긴데 펄럭이면 꼭 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죠. 조그마한 강아지가 대형견만 한 발을 가지고 있어서 살짝 겁도 났고요.
‘도대체 얼마나 크려고 발이 이렇게 클까?’
게다가 안아보려고 다가갔는데 뒷걸음질로 얼마나 재빠르게 미끄러져 나가던지, 다른 강아지는 꼬리가 있어서 그거라도 잡을 텐데 이 녀석은 꼬리도 없어서 잡을 데가 없더라고요. 표정은 정말 무표정.
‘무슨 생각을 할까? 지금이 얼마나 어색하고 이상할까? 그냥 스스로 적응할 때까지 놔두자’며 침대에 앉아 있는데, 쎈이 자기 몸만 한 슬리퍼를 물고 뒷다리로 앙증맞게 서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지 뭐예요. 그때 쎈을 번쩍 들어 올렸는데, 헉… 보기와 다르게 너무 묵직했어요. 몸무게를 달아 보니 4㎏, 지금은 9~10㎏ 왔다 갔다 하는데 성견이 될 때까지 한 달에 1㎏씩 정확히 늘었어요.

무럭무럭 잘 자라던 쎈에게 2023년 1월 말께 후지 마비(뒷다리 마비) 증상이 갑자기 찾아왔어요. 집에 있던 쎈의 호흡이 평소와 달리 매우 거칠어져 동물병원에 데려갔는데 증상이 척수연화증(척수가 썩는 병)과 흡사했고, 오늘 밤에 죽을 수도 있다고 했어요. MRI를 찍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었지만, MRI 촬영하려면 마취를 해야 하고 이 상태에서는 마취하다 죽을 수도 있다고… 한마디로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죠. 그래서 일단 입원해 스테로이드와 진통제를 써서 통증을 완화시켜 호흡을 안정시킨 후 다음날 마취시켜 MRI 촬영을 하기로 결정했죠. 쎈을 병원에 맡겨두고 오빠와 함께 둘이 집으로 돌아오는데 오빠가 차에서 펑펑 울었어요. 진심으로 쎈을 사랑하고 아꼈던 오빠의 눈물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