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임자, 나 제친다며?” JP 손발 자른 김형욱의 보고 (44)

  • 카드 발행 일시2023.10.27

5·16혁명 후 3~4년이 지나면서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경험이 생기면서 권력 운용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는 1963년 10월 대선 때 민주공화당의 힘으로 당선됐지만 그 뒤 권력의 중심을 행정부나 청와대 비서실, 중앙정보부 등으로 분산·이동시켰다. 정치하는 공화당엔 입이 많고, 소신으로 무장된 신진 정치인들이 박 대통령에게 바른소리를 해댔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말 잘 듣는 행정부와 시키면 군소리 없이 일을 해치우는 중앙정보부, 청와대 비서실에 힘을 실어줬다. 이 같은 권력 이동과 함께 박 대통령은 ‘디바이드 앤드 룰(Divide and rule)’ 이른바 분할해 통치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권력의 요직에 앉은 사람들을 갈라놓고 서로 경쟁·감시하게 만들어 오직 자신에게만 충성을 바치게 하는 용인술이다.

박 대통령이 김형욱에게 “JP가 왜 그렇게 당신을 미워하나. 당신을 갈아치우라고 하던데”라고 하면 김형욱은 ‘아니, 지가 뭔데 나를 미워해. 어디 두고 보자’라면서 나한테 앙심을 품게 된다. 그다음엔 김형욱이 나의 약점을 찾아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박 대통령한테 내 문제를 조작해 만들어 보고하는 식이다. 전부 그렇게 떼어놔 각자가 수직으로 대통령을 받들게 하는 것이다. 밑의 사람들이 힘을 합쳐 대통령을 넘보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고려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