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질 듯하면 “각하가 찾네~” 박정희 배신한 김형욱 인간성 (43)

  • 카드 발행 일시2023.10.25

내 인생의 여러 인연들 가운데 김성곤·김형욱·이후락은 악연에 속한다. 셋 모두 내가 박정희 대통령에게 추천했고 한 시대를 누렸다. 그들은 나와 박 대통령 사이를 갈라놓기도 했다. 그 가운데 김형욱은 1973년부터 박 대통령과 조국을 배신하고 미국 망명객 행세를 하면서 죽을 때(79년 파리에서 실종)까지 대결 자세를 취했다. 김성곤은 그래도 사업과 정치, 사상 문제의 여러 고비를 겪으면서 인생무상을 맛봤던 인물이었다. 말년엔 나와 화해했다. 이후락은 재간을 부리며 권력을 추구했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성심(誠心)은 갖고 있었다.

김형욱은 왜 박 대통령에게 끝까지 대들었을까. 나는 그의 인간적인 문제에 한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김형욱은 자기가 힘이 있고 치밀하다는 터무니없는 자부심에 사로잡혔다. 권력으로 그러모은 돈을 해외에 빼돌리거나 미국 CIA가 알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자만이 있었다. 육영수 여사도 그의 월권(越權)과 인간성에 위험을 느꼈다. 박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의 경질을 건의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3선 개헌(69년 10월 17일 개헌안 국민투표) 직후 김형욱을 그만두게 했다. 이것저것 종합해 보면 ‘언제 김형욱이 내게도 덤빌지 모른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