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한국민 다 내쫓으라”…JP 당황시킨 남미 이민자들 (38)

  • 카드 발행 일시2023.10.13

1963년 9월 ‘1차 외유’(63년 2월 25일~10월 23일) 중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다. 맨해튼 5번가의 호텔로 김정렬 주미대사가 찾아왔다. 유엔 주재 파라과이 대사를 만났는데 알프레도 스트로에스네르(Alfredo Stroessner·1912~2006) 대통령이 나를 초대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스트로에스네르 대통령은 육군총사령관이던 54년 군사혁명을 일으키고 대통령 선거에 단독 출마해 당선된 인물이었다. 그는 철저한 반공주의자였다. 한국에서 군사혁명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모양이다. 나는 마침 아르투로 일리아(Arturo Umberto Illia·1900~1983) 아르헨티나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아 남미 여행 일정을 잡아두고 있던 참이었다. 10월 7일 김정렬 대사와 함께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을 방문했다. 스트로에스네르 대통령은 나를 보더니 옛 친구를 만나기나 한 듯 막 껴안고는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냐. 오늘 처음 만나지만 평소 당신을 존경했다.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곤 가슴팍에 주먹만 한 대십자훈장을 달아줬다.

그때 난 스트로에스네르 대통령이 왜 그리 환대했는지 진의를 잘 몰랐다. 나중에 알아 보니 그는 언론에 코리아에서 굉장한 반공지사가 와서 훈장을 줬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댔다. 결국 비슷한 입장에 있는 나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때 스트로에스네르 대통령에게 미리 구상한 한국인 이민을 제안했다.

“우리 민족이 해외로 나가는 발판을 만들고 싶다. 일본을 통해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나가는 방법도 있지만, 이렇게 파라과이에 근거지를 만들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여러 중남미 나라로 이민 가는 길을 열어야겠다. 당신의 나라는 땅은 굉장히 넓은데 인구가 400만 명에 불과하지 않으냐. 한국에 우수한 노동력이 얼마든지 있으니 이민을 받아들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