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우리도 미국처럼? KBO 자칫하면 피바람 분다

  • 카드 발행 일시2023.10.05

폭염과 긴 장마로 얼룩졌던 여름의 위세가 마침내 물러나고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을 맞으면서 포스트시즌이 다가온다는 게 느껴집니다. 가을의 고전(fall classic)이라 불리는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은 5일(한국시간) 개막합니다.

과거 MLB의 가을 야구는 양 리그 우승팀이 격돌하는 월드시리즈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12개 팀이 나서는 4단계 체제가 자리잡았습니다. 송재우의 야구화에선 수많은 명승부와 영웅들을 탄생시킨 포스트시즌 변천사를 훑어봅니다.

100년 전 탄생한 월드시리즈 

내셔널리그(NL)와 아메리칸리그(AL) 우승팀이 대결하는 월드시리즈(WS)는 1903년에 출범했다. 하지만 그 전에도 리그 우승팀들 간의 대결은 있었다. 1870년대부터 창립된 내셔널리그(NL), 내셔널 어소시에이션(NA), 아메리칸 어소시에이션(AA) 등 독립 리그들의 우승팀이 맞붙는 이벤트성 경기가 열렸다. 당시 이름은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였다. 그러나 1901년 창설된 아메리칸리그가 본격적으로 MLB에 편입되면서 포스트시즌의 역사도 시작됐다고 본다.

최초의 MLB 포스트시즌은 간단했다. 내셔널리그 승률 1위와 아메리칸 리그 1위가 격돌했다. 당시 리그 팀 숫자는 각각 8개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WS에 올라갈 확률은 12.5%. 결코 쉽지 않았다.

1903년 처음으로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풍경. 경기 종료 후 팬들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이채로운 풍경을 연출했다. 사진 MLB닷컴

1903년 처음으로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풍경. 경기 종료 후 팬들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이채로운 풍경을 연출했다. 사진 MLB닷컴

192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직후 상대 팀 뉴욕 양키스 소속의 베이브 루스(왼쪽)가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 MLB닷컴

192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직후 상대 팀 뉴욕 양키스 소속의 베이브 루스(왼쪽)가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 MLB닷컴

MLB는 1961년 신생 구단 LA 에인절스와 텍사스 레인저스를 합류시켰다. 이듬해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뉴욕 메츠가 창단해 20개 팀 체제가 됐다. 하지만 1968년까지는 WS 외의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그러나 1969년 무려 4개 팀이 리그에 새롭게 참여하면서 대격변이 일어난다. 각 리그가 12개 팀으로 구성되면서 여섯 팀씩 동부와 서부 지구(division)로 나눴다. 그러면서 지구 1위 팀들 간의 챔피언십 시리즈가 처음으로 생겼다. 1984년까지는 5전3승제로 치러졌고, 이후엔 WS와 같은 7전4승제가 됐다. 그렇다 해도 포스트시즌에 나설 수 있는 팀의 비율은 10%대에 머물렀다.

1994년 다시 한번 변화가 일어난다. 4개 팀이 리그에 추가로 참여하며 28개 구단 체제가 만들어졌다. MLB 사무국은 기존의 동·서부 지구에 중부지구를 추가했다. 하지만 지구 우승팀이 3개라 홀수가 되는 문제가 생겼다.

MLB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비전시리즈와 와일드카드(wild card)를 신설했다. 지구 1위를 제외한 팀 중 가장 승률이 높은 한 팀이 가을야구에 초대됐다. 리그 전체 1위가 와일드카드와 맞붙고, 나머지 두 팀과 대결하는 디비전시리즈를 치른 뒤, 승자가 챔피언십시리즈에 나서게 됐다. 포스트시즌이 ‘2단계’에서 ‘3단계’로 늘어난 것이다.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 연합뉴스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 연합뉴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휴스턴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휴스턴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MLB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2012년 당시 커미셔너였던 버드 셀릭은 와일드 카드 팀을 2개 팀으로 늘리는 안을 발표했다. 두 팀을 올린 뒤 단판 승부 와일드카드 게임을 치러 그 승자가 디비전시리즈에 나서도록 한 것이다. ‘4단계’ 가을야구의 시작이었고, 무려 30개 팀 중 3분의 1인 10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초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