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 재건축 누려 보자” 헬리오 넘어설 훼밀리 무기

  • 카드 발행 일시2023.10.03

지난달 26일 찾아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곳곳엔 현수막 수십 개가 걸려 있었습니다. 단지 입구부터 단지 안 가로수 사이에 ‘죽기 전에 누려 보자, 재건축 프리미엄’ ‘부러우면 지는 거다, 너도나도 동의서’ 같은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 아파트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가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주민 동의서 제출을 독려하기 위해 붙인 것입니다.

단지 안에서 만난 주민 이모(61)씨는 “재건축은 대다수 입주민의 염원”이라며 “과거 서민주택의 대명사였던 가락시영아파트(현 헬리오시티)가 고급 대단지 아파트로 바뀌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니 다들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40대 주민은 “요즘은 새 아파트가 워낙 인기가 좋아 훼밀리의 집값이 높지 않지만, 재건축이 되면 송파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문정동은 과거 영농을 위한 비닐 온실의 밀집 지역이었습니다. 탄천이 옆에 있어 농사짓기에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그러다 1988년 올림픽훼밀리타운이 들어서면서 상전벽해가 됐습니다. 이 아파트는 30만4375㎡ 부지에 세워진 최고 15층 56개 동 4494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대단지로, 중대형인 전용면적 84~192㎡(32~68평형)로 이뤄졌습니다.

88서울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단의 가족과 국제올림픽위원 숙소로 쓰기 위해 마련된 게 특징입니다. 단지명에 ‘훼밀리’가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1985년 12월 26일자 중앙일보 기사 일부입니다. “올림픽패밀리촌이라고 불리는 이 아파트는 서울올림픽조직위원희가 민간 건설회사에 하청을 줘 건설하고, 올림픽 대회 기간 중 숙소로 사용한 후 일반에게 매각, 입주토록 할 예정이다. 아파트 시설 및 설비는 일반 호텔 수준 이상으로 하며 외국 관광객들의 숙박요금은 일반 관광호텔보다 다소 낮게 책정한다는 방침이다. 조직위원회는 당초 88행사를 위해 관광호텔의 대폭적인 증설을 유도할 방침이었으나 이 대회만을 위한 호텔 신축은 대회 후 유휴 시설의 과잉 현상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아파트 건설로 전환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올림픽훼밀리타운 아파트 전경. 황의영 기자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올림픽훼밀리타운 아파트 전경. 황의영 기자

“아파트 시설, 호텔 수준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