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은 대만 때려야 산다…‘2027년 침공설’ 커지는 이유

  • 카드 발행 일시2023.09.27

제4부: 시진핑의 과제

제3장: 대만 해방해 중국 통일의 대업 이룰 수 있나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3기 들어 중국이 과연 차이잉원(오른쪽) 총통이 이끄는 대만을 침공해 중국 통일 대업에 나설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VOA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3기 들어 중국이 과연 차이잉원(오른쪽) 총통이 이끄는 대만을 침공해 중국 통일 대업에 나설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VOA

중국 정치에서 ‘영수(領袖)’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당권이나 군권을 장악했다고 부여되는 호칭이 아니다. 모든 중국인이 마음속에서 우러나 따르는 지도자라는 뜻이 담겼다. 중국 현대 역사에서 영수 타이틀은 오직 두 명의 지도자에게만 정식으로 부여됐다. 마오쩌둥(毛澤東)과 그의 후계자 화궈펑(華國鋒)이다. 마오는 “위대한 영수(偉大領袖)”, 화는 “영명한 영수(英明領袖)”라 불렸다.

마오를 넘어 불세출의 영웅을 꿈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탐하지 않을 수 없는 호칭이다. 눈치 빠른 시진핑의 수하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몇 해 전부터 앞다퉈 부르기 시작한 게 바로 “인민의 영수(人民領袖)”다. 한데 아직 공식 타이틀이 되지는 못했다. 왜? 마오의 중화인민공화국 건국과 같이 세상에 내놓아야 할 업적이 그리 뚜렷하지 않은 탓이다.

중국몽의 첫걸음은 대만 통일?

시진핑이 제시한 비전인 중국몽(中國夢), 즉 미국을 넘어 세계 최강의 국가로 중국을 일으켜 세우면 “인민의 영수”로 불려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아무리 빨라도 21세기 중엽으로 시간을 잡고 있는 목표다. 지금 이 시점에서 당장 이루기는 어렵다. 그래서 모든 이가 시진핑이 가까운 기간 달성할 수 있는 업적으로 주목하는 게 있다. 중국의 완전한 통일 대업 달성이다. 이는 바로 대만 문제 해결을 의미한다.

1949년 마오에 패한 장제스(蔣介石)가 대만으로 넘어간 이후 70여 년 넘게 풀리지 않고 있는 난제다. 마오는 “무력에 의한 대만 해방”을 추구했지만, 덩샤오핑(鄧小平)은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나라 두 체제)와 평화통일”을 내세웠다. 한데 시진핑 시기 들어 최근 중국이 대만 침공을 통해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정치에서 영수(領袖)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중국에선 몇 해 전부터 공식 타이틀은 아니지만 시진핑을 ‘인민의 영수’라 부르고 있다. 사진 중국 CCTV

중국 정치에서 영수(領袖)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중국에선 몇 해 전부터 공식 타이틀은 아니지만 시진핑을 ‘인민의 영수’라 부르고 있다. 사진 중국 CCTV

크게 세 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미·중 관계 악화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심화하며 미국이 대만 카드를 흔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에 자극을 받은 중국이 홍콩 사태에서 보인 것과 같이 무력 사용도 불사하는 강경 대응을 통해 대만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둘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중국도 대만 침공을 못 할 것 없다는 관측이다.

마지막으론 시진핑의 집권 연장 야심이다. 헌법을 수정해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이지만, 2027년 네 번째 연임을 위해선 명분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대만 통일만큼 매력적인 건 없다. 실제 중국의 대다수 인민은 시진핑이 통일 대업 달성을 위해 계속 집권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통일을 평화적으로 이루는 날은 기약할 수 없다. 결국 무력에 의한 대만 해방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쟁은 불가피하며 언제 얼마나 크게 싸울지가 문제”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은 지난 6월 “전쟁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그저 “언제, 얼마나 크게 싸울지는 양측의 대처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싸움은 벌어지게 돼 있고, 이제 남은 건 언제 어느 규모로 싸울 것이냐 정도라는 거다. 한데 양안 전쟁은 중국이 말하는 것처럼 중국 내부의 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 우리 운명과도 직결되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챙겨야 할 문제다.

현재 세계의 관심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처럼 과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이냐에 모이고 있다. 2년 전부터 경고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2021년 3월 필립 데이비드슨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이 “대만은 중국이 야심 차게 노리는 목표이고, 그 위협은 향후 6년 안에 분명해질 것”이라고 한 말이 기폭제가 됐다. 그가 언급한 “향후 6년”은 2027년을 가리킨다. 시진핑 4연임이 결정되는 해이고, 중국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의 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4월 남중국해에서 군복을 입은 채 인민해방군 해군 함정을 시찰하고 있다.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4월 남중국해에서 군복을 입은 채 인민해방군 해군 함정을 시찰하고 있다. 뉴시스

중국군의 이름은 아직 해방군이다. 왜? 1950년대 한때 ‘국방군’으로의 개칭을 추진했으나 당시 누군가가 아직도 대만을 해방하지 못해 ‘해방군’의 역사적 사명을 다 하지 못했다는 반론을 제기했고, 이에 따라 지금까지 인민해방군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2027년 8월 1일은 해방군 건군 100주년의 날로 그때까지는 해방군을 세운 역사적 역할을 완수하자는 정서가 중국에 팽배하다.

지난해 들어서선 중국의 대만 침공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한층 더 커졌다. 2022년 7월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켜보며 그 시기와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달 뒤인 9월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실시한 양안 문제 전문가 조사에선 63%가 앞으로 10년 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전망했다.

대만 해방 위해 ‘해방군’ 이름 고집하는 중국  

10월엔 번스 미 CIA 국장이 “시진핑 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을 공격할 준비를 끝내라는 지시를 군에 내렸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대만의 쑤치(蘇起) 타이베이(臺北)포럼기금회 이사장은 “5~10년 사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들어서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월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더 커졌으며 시기는 2027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엔 미 하원의 ‘미국과 중국 공산당 간 전략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크 갤러거가 “중국과 대만의 무력 충돌이 2027년보다 훨씬 이전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27년을 기점으로 전후 언제든지 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난무하는 것이다. 그 근거도 다양하게 거론된다. 앞서 말한 이유 외에도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은 중국 국내 상황을 한 원인으로 제시한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부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만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EPA=연합뉴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부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만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EPA=연합뉴스

“지금 중국 상황을 보면 경제는 안 좋아지고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으며 부동산은 붕괴하고 있다. 시진핑이 국내 상황을 바꿀 수 없으면 무력을 사용하거나 외부에서 위기를 조장해 관심을 돌리거나 또는 국민에게 자신이 뭔가 이뤄냈음을 보여주고 싶어할 것”이라며 “대만이 희생양이 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한다. 1989년 천안문(天安門) 사태의 주역인 왕단(王丹)의 분석은 우자오셰와 궤를 같이하면서도 독특한 측면이 있다.

왕단에 따르면 89년 6·4 사태 이후 중국 공산당은 중국 인민과 말로는 하지 않는 묵계를 맺었다. 공산당이 경제성장을 보장하는 대신 인민은 공산당의 통치에 복종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 경제의 쇠퇴에 따라 중국 공산당은 통치 위기를 맞았다. 이에 따라 공산당은 엄격한 사회 통제를 실시해야 하는데 이는 오직 전쟁만이 그러한 군사 통제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대만 전쟁은 중국 국내 통치 위한 것”

왕단은 “중국 공산당은 대만 공격이 실패할 것임을 분명하게 안다. 그래도 대만을 때려야 한다. 목적은 대만에 있는 게 아니다. 대만은 당연히 재수 없는 신세가 된다. 이용당하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진정한 목적은 중국에서 군사적인 통제를 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한다. 한편 ‘중국은 북한을 버려야 한다’는 글을 썼다가 직장인 중국 학습시보(學習時報)에서 쫓겨나 미국으로 건너간 덩위원(鄧聿文)은 조금 다르게 설명한다.

덩위원은 “시진핑은 매일 대만 통일을 생각한다”고 선전했는데 “정작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중국의 민족주의자들이 대만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안 하는 시진핑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시진핑의 집권 이유가 사라지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2020년 5월 중국 내 매파로 분류되는 군사 전략가가 말하는 중국의 대만 침공 불가(不可) 논리도 탄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