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나르는 대서양 '해류 컨베이어 벨트' 고장?…지구적 위기 오나 [창간기획-붉은 바다]

열 나르는 대서양 '해류 컨베이어 벨트' 고장?…지구적 위기 오나 [창간기획-붉은 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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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AMOC) 모식도 일부. 사진 미국 해양대기청(NOAA)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AMOC) 모식도 일부. 사진 미국 해양대기청(NOAA)

[붉은 바다, 위기의 탄소저장고]④망가진 해류 컨베이어 벨트 

뜨거워진 바다가 몰고오는 위기는 연쇄적이다. 올여름 38.4도라는 기록적 수온이 측정된 미국 동부 앞 대서양은 이미 초대형 해수 순환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도의 따뜻한 물을 북쪽으로, 북극의 찬물을 남쪽으로 보내는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AMOC·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가 점점 느려지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어렵고 생소한 이 순환은 글로벌 해양 컨베이어 벨트에 비유된다. 바다의 열은 물론 각 지역 해양생물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AMOC가 느려지다 못해 아예 붕괴할 전망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연구팀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이 감소하지 않으면) AMOC가 2025년부터 붕괴하기 시작해 금세기 안에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지난 7월 네이처에 발표했다. 코펜하겐 연구팀은 1870~2020년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 변화가 AMOC 흐름에 준 영향을 분석해 이런 결론을 도출했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열대 지방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열에너지의 25%가 AMOC를 통해 이뤄진다. AMOC가 통상 적도에서 극지방으로 열을 전달하는 속도는 1페타와트(1000테라와트)로 인류가 공장·발전소·자동차 등 화석연료를 태워 열에너지를 생산하는 속도의 약 60배에 달한다. AMOC가 멈추면 북쪽으로 이동하는 열의 절반 이상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해수온도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7월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앞바다의 모습. EPA=연합뉴스

해수온도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7월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앞바다의 모습. EPA=연합뉴스

미 연방 해양대기청(NOAA)은 AMOC가 계속 느려지면 전 지구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쳐 각 지역의 기후대를 바꾸고 기상 현상도 극단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반구와 남반구 기상 시스템이 만나는 ‘열대 수렴대’가 더 남쪽으로 이동해 사하라 남쪽과 남아메리카 중부·북부가 훨씬 더 건조해지고 아마존 열대우림의 존폐와 남극 빙산마저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농업의 타격, 태풍·허리케인 등 열대저압부 기상현상의 심화, 유럽 한파, 북미 동부 해안 해수면 상승 등이 예상된다.

과학자들은 현재 극지방의 온난화가 AMOC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빙이 녹아 많은 양의 담수가 북극 바다에 유입되면서 북극 바다의 염분 농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염분이 강한 표층수가 높은 밀도 탓에 가라앉아 심해 상에서 다시 남쪽으로 흐르는 순환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AMOC) 모식도. 사진 미국 해양대기청(NOAA)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AMOC) 모식도. 사진 미국 해양대기청(NOAA)

과학자들은 그린란드 빙하 분석 결과 마지막 빙하기에 AMOC가 멈춘 적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기후 변동 중 온도가 올라가며 북극 얼음이 녹고 다량의 담수가 북쪽 해양에 유입되면서 AMOC가 중단됐다는 추정이다. 과학계에선 “한 번 멈춘 적 있는 AMOC는 또 멈출 수 있다”는 목소리와 “완전히 멈추진 않을 거고, 대신 어느 정도까지 느려질지가 인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등의 이견이 있다. 그러나, AMOC 약화도 기후변화의 결과이며 관건은 모든 현상이 가속하는 ‘티핑포인트’가 언제인지가 중요한 미지수라는 점이다. 스테판 람스토프 독일 포츠담 대학 교수는 “AMOC의 티핑 포인트가 어디인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이번 (코펜하겐팀의) 연구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티핑 포인트가 훨씬 가깝다는 증거를 추가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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