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도 푸틴도 전쟁했다, ‘1인자 딜레마’ 빠진 시진핑

  • 카드 발행 일시2023.09.13

제4부: 시진핑의 과제

제1장: ‘독재자 딜레마’에 빠진 시진핑

1인 독재자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 무능한 이들로 주변을 채우다 보니 국정 운영이 엉망이 되는 ‘독재자의 딜레마’에 빠지기 십상이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제20차 당 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7인의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시진핑을 필두로 기자회견장에 입장하는 모습. AP

1인 독재자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 무능한 이들로 주변을 채우다 보니 국정 운영이 엉망이 되는 ‘독재자의 딜레마’에 빠지기 십상이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제20차 당 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7인의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시진핑을 필두로 기자회견장에 입장하는 모습. AP

“종교는 무엇에 의지해 그 내부를 다스린다고 생각하는가?” 2015년 봄 중국 베이징. 당시 중국 공산당 서열 6위의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반(反)부패의 칼을 가차 없이 휘두르던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질문을 던졌다. 갑작스레 종교 관련 물음을 받은 이는 미 국의 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간 이데올로기 대결에서 자유주의가 승리했다는 논문 ‘역사의 종언’을 써 유명해진 인물이다.

후쿠야마의 한자 이름은 ‘복산(福山)’이다. 그래서 이날 왕치산과 후쿠야마의 대담은 두 사람 이름의 끝 자가 ‘산(山)’이라는 점에 착안해 ‘쌍산회(雙山會)’ 또는 ‘이산회(二山會)’라 불렸다. 후쿠야마는 당시 중국 정부가 기획한 좌담회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했다가 왕치산을 만났다. 한데 왕치산은 이날 후쿠야마의 말을 들으려 하기보다는 자기 주장을 펼치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종교와 공산당 모두 자아 감독에 의존”

왕치산은 “중국이나 서방이나 추구하는 본질은 모두 같지만 형식은 다르다”고 운을 뗐다. 이어 중국이 현재 걷고 있는 “중국특색(中國特色)의 길이란 중국 공산당이 법치 등 모든 걸 이끄는 걸 뜻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선 중국 공산당이 절대자에 해당한다는 이야기다. 자, 그렇다면 중국 공산당은 완벽한 존재인가? 언제나 무오류(無誤謬)인가? 결국 중국 공산당의 잘못은 또 누가 감독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남게 된다.

왕치산은 바로 이 대목에서 종교 내부의 치리(治理) 문제를 거론했다. 후쿠야마는 느닷없는 종교 이야기에 적지 않게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왕치산은 무슨 말을 하려 했던 걸까. 종교는 자아(自我) 감독에 의존한다. 따라서 중국 공산당 또한 자기가 자기를 감독하는 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서방이 중국을 공격할 때 단골 메뉴가 뭔가. 바로 공산당 일당 전제(專制)에 대한 지적이다.

왕치산(오른쪽) 전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2015년 후쿠야마(왼쪽)와의 대담에서 “공산당도 종교처럼 자아 감독에 의존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사진 바이두

왕치산(오른쪽) 전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2015년 후쿠야마(왼쪽)와의 대담에서 “공산당도 종교처럼 자아 감독에 의존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사진 바이두

그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으니 자연히 썩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다. 왕치산의 이날 발언은 이 같은 서구의 공격에 대해 중국 나름대로 방어 논리를 개발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종교가 자신의 내부 감독에 의지하듯이 중국 공산당 또한 스스로의 감독을 통해 부패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왕치산은 덧붙여 말하길 “의학계에서 자기가 자기를 수술한 사례를 찾아봤더니 러시아의 한 외과 의사가 스스로 맹장 수술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중국이 당 기구인 기율검사위원회를 통해 당원을 상대로 부패척결 운동을 전개하는 게 바로 종교의 자아 감독에 해당하는 행위란 이야기다. 후쿠야마와의 대담을 통해 알려진 이 같은 왕치산의 발언은 중국이 얼마나 일당 독재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애를 쓰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일당 독재보다 일인 독재 폐해가 더 커”

한데 몇 해 전 미 포린어페어지에 따르면 독재 체제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적지 않은 변화를 겪고 있다. 20세기의 독재 체제는 대부분 일당 독재의 형태를 취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선 1당이 아닌 1인 독재 형태가 많아지고 있다는 거다. 조사에 따르면 냉전이 종식되기 이전인 1988년의 경우 세계의 독재 내지 권위주의 국가들 가운데 1인 독재 체제는 23%를 차지했는데 이젠 40%에 이르며 점차 대세를 형성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