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집 어떻게 주문합니까” 파킨슨 명의의 진료 철학

  • 카드 발행 일시2023.09.06

교수님이 알아서 잘 치료해주세요.

 박광우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지난달 30일 인천 길병원 진료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박광우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지난달 30일 인천 길병원 진료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박광우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이런 말 하는 환자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가 보는 환자 중 70%는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미세한 떨림으로 시작해 거동이 불편해지는 파킨슨병은 완치가 불가능하다. 약물치료나 수술을 통해 진행을 늦추거나 증상을 조절한다. 처음에 그를 찾은 환자는 어떤 방식으로 치료를 할지, 약을 얼마나 복용할지 결정할 때 전적으로 의사한테 의지하려고 한다. 그런 환자들에게 박 교수는 “고기 드실 때 소인지, 돼지인지는 알고 먹어야죠. 중국집에 가면 ‘아무거나 주세요’하고 주문하진 않으시잖아요?”라고 반문한다. “파킨슨병 치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환자의 의무이며 그래야 치료 성적도 좋다”는 게 박 교수의 진료 철학이다.

파킨슨병은 치매 다음으로 많은 퇴행성 질환으로 고령화로 꾸준히 발병이 늘고 있다. 지난해 파킨슨병 환자 수는 12만547명으로 5년 전인 2018년(10만5882명)보다 14% 증가했다. 노인 인구의 1~2%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뇌 흑질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서서히 소실되는 파킨슨병은 행동장애가 대표적 증상이다. 떨림, 서동증(운동이 느려짐), 근육 강직 등이 나타난다. ‘허니문 기간’이라고 해서 초기 3~5년은 약물을 쓰면 잘 듣는다. 이후에는 내성이 생겨 효과가 뚝 떨어진다. 약물 용량을 늘리지만 병의 진행은 막을 수 없다. 환자마다 병의 진행 속도가 다르다. 이런 병의 특성 때문에 박 교수는 환자의 적극적인 치료 개입을 강조한다. 수술 방법부터 약물 사용 용량까지도 적극적으로 의사와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파킨슨병은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수치로 ‘얼마만큼 나빠졌다’하고 딱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환자가 느낀 불편함은 본인이 제일 잘 알아요. 제 아무리 명의라도 그걸 대신 느낄 수는 없어요. 환자마다 활동 범위도 다르고요. 맞춤 치료가 중요한데, 그러려면 환자가 적극적으로 어떻게 치료하면 좋을지 의사랑 상의해야죠.

발병 초기 3~5년 허니문 기간, 약물 효과 갈수록 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