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통화량’ 외친 프리드먼…요즘 美경제 보면 그가 틀렸다

  • 카드 발행 일시2023.09.04

📈e-Data 스토리   

글로벌 머니의 세계는 분석과 예측이 쉽지 않은 곳입니다. 단지 거래 완료 이후 나타난 가격만이 뚜렷할 뿐입니다.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가 가격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며 세속의 신이란 반열에 올려놓기도 한 이유입니다.

스미스 이후 수많은 이코노미스트는 가격이 드러나기 이전에 경제 흐름을 포착하기 위해 온갖 데이터와 지수를 개발했습니다. 잘 드러나지 않는 생산-유통-교환 과정을 좀 더 명확하게 알기 위해서입니다.

e-Data 스토리는 무수한 경제(economy) 데이터(data) 가운데 ‘현재’ 시점에서 많은 점을 시사하는 수치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이코노미스트들이 통화공급을 측정할 때 쓰는 M2의 우리말은 광의통화량이다. 과거에는 통화량이란 말로 번역됐다. M2의 내용은 나라별로 조금씩 다르다.

미국 M2는 아래의 표처럼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보낸 지폐와 동전,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예금에다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포함한다.

전문가들의 용어를 빌리면, M2는 상거래나 투자 등에서 현찰이나 다름없는 돈(M1)에다 준결제성 예금(약간의 시간 또는 비용을 치르면 현금으로 쓸 수 있는 예금)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영미권 이코노미스트는 M2를 통화공급(money supply)이란 말로 대신하곤 한다.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이 공급한 돈이란 의미다.

M2는 서방 전문가들 사이에서 ‘은행돈’으로 불린다. ‘시중은행이 창출한 돈(money created by commercial banks)’이란 얘기다. 우리가 별다른 생각 없이 개설한 은행 계좌가 바로 ‘돈의 자궁’이다.

우리가 은행 계좌를 통해 돈을 맡기고 빌리며, 송금과 결제 등을 할 때 부분지급 준비금 메커니즘이 작동해 돈이 창출된다.

미국 M2 수수께끼

M2는 1980년 이후 한때 핵심 경제지표였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고(故)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이 이른바 ‘닥치고 통화량’을 부르짖어서다.

프리드먼은 생전에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든 화폐현상”이라며 통화공급이 물가와 성장을 결정한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이런 M2 증가율이 ‘2023년 미국에서’ 마이너스 상태다. 올해 7월 증가율이 -3.57%였다. 1949년 이후 74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증가율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한걸음 더 들어가면, 7월 감소율 -3.57%는 대공황의 저점인 1933년 이후 90년 사이 가장 낮다. 무엇보다 증가율이 2021년 3월 정점을 찍은 뒤 아주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프리드먼은 M2 증가율이 낮아지기 시작한 지 12~18개월 뒤에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 경기가 둔화한다고 했다. 미국 M2 증가율은 2년 넘게 낮아지고 있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미 경제는 이미 침체에 허덕이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미 실물경제는 둔화 조짐을 보일 뿐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 등 달러 신전의 지킴이들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우려를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 경제 미디어는 ‘M2 퍼즐(수수께끼)’이라고 한다. 글로벌 머니도 지난 5월 인터뷰 방식으로 진단(“90년 사이 처음 일어난 일”…‘美통화 조울증’ 조롱 터졌다)했다.

미 경제, M2와 멀어져

게티 이미지

게티 이미지

최근 미 투자은행 골드먼삭스가 M2 퍼즐을 풀 수 있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바로 ‘왜 미국 통화공급이 74년 만에 처음 줄어들까(Why the US money supply is shrinking for the first time in 74 years)’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