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말한다, 中 위기다…다만 관리 가능한 위기다”

  • 카드 발행 일시2023.08.31

📈글로벌 머니가 만난 전문가  

중국, 이제 위기로 가는가②

중국 경제가 또 덜컹거린다. 실물경제 활력이 팬데믹 봉쇄가 풀렸는데도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그 바람에 부동산 부문의 말썽이 또 불거지고 있다. 금융으로 전염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위안화 가치마저 가파르게 떨어졌다.

어느 정도나 나쁠까. 
요즘 국내 정책 담당자와 비즈니스 리더, 투자자, 이코노미스트뿐 아니라 시민 사이에서도 증폭되고 있는 궁금증이다. 심지어 반(反)중 감정마저 뒤섞여 중국 종말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럴 때는 중국 경제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회 ‘중국을 아는’ 이코노미스트로 불리는 스티븐 로치(경제학) 예일대 교수에 이어, 이번엔 데이터를 중심으로 경제를 분석하는 루이스 루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중국 분석가를 인터뷰했다.

숫자가 말하도록 하자(Let the numbers speak)!

경제 분석가 가운데 이론보다 검증을 중시하는 쪽에서 즐겨 쓰는 말이다. 서로 논쟁을 하다 ‘그렇다면 숫자가 말하도록 하자!’라는 식으로 자주 쓰인다.

인간은 자칫하면 극단으로 치닫는다고 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이론 자체를 부정하고, 계량분석만을 바탕으로 결론내리거나 한술 더 떠 이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루이스 루는 계량 모델을 바탕으로 모건스탠리와 골드먼삭스 등에서 중국 경제를 분석해 금융판에서 이름을 얻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 루이스 루 중국 담당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옥스퍼드이코노믹스 루이스 루 중국 담당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루는 ‘시진핑의 경제 전략’ ‘미·중 패권 전쟁’ ‘2050년 글로벌 경제 순위’ 등 웅장한 거대담론과는 거리가 좀 있다. 대신 ‘숫자 분석을 바탕으로 현재 중국 경제가 어디에 서 있고, 앞으로 어디로 갈지를 예측하는 쪽’이란 얘기다.

루이스! 우선 현재 스트레스의 진앙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자금난이 어느 정도나 심각할까.  
‘심각하다’는 말 자체가 상당히 주관적이다. 그래서 데이터로 설명하는 게 편할 듯하다. 비구이위안의 전체 지불의무는 2022년 말을 기준으로 1990억 달러(약 263조원) 정도다. 2021년 하반기 위기를 맞은 헝다그룹 지불의무의 약 60% 수준이다.

그런데 이 모든 지불의무가 이자를 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비구이위안 지불의무 1990억 달러 가운데 350억~400억 달러 정도만 이자가 붙는 빚이다. 다만 이 부채 가운데 달러 빚이 있는데, 일부 이자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회사 빚 15%가 부실화”

비구이위안의 상황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인가. 아니면 유동성 부족인가.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채무불이행 상태라고 선언되지 않고 있다. 30일 동안 유예기간(grace period) 중이다. 이 기간 내에 자금을 확보해 이자를 지급하면 디폴트로 선언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