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나가 일감 갖고 오시라” 구속 기업인 싹 다 풀어준 JP (21)

  • 카드 발행 일시2023.08.30

5·16의 성공으로 군사정부가 들어섰지만 혁명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조국의 근대화를 이룩해야 혁명은 완수된다. ‘근대화’는 당시 별로 사용되지 않는 단어였다. 나는 근대화라는 용어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상상력의 원천이 되길 기대하면서 공식적으로 자주 사용했다. 조국 근대화와 민족 중흥은 혁명정부의 상징이자 목표였다. 거대한 역사의 전환을 이끄는 30대 내 머리에선 불이 번쩍번쩍하듯 인스피레이션(inspiration·영감)이 나왔다. 근대화란 개념도 그런 인스피레이션이 작용해 정립됐다.

근대화란 ‘자유 민주주의’가 기초가 돼 국민이 자유롭게 자기가 원하는 대로 활동하면서 희망을 갖고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자유민주주의를 하려면 경제발전이 우선돼야 한다. 배고픈데 무슨 민주주의가 있고 자유가 있겠는가. 자유나 민주주의는 그걸 누릴 수 있는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것이다. 근대화의 첫 번째는 경제발전이다. 국민이 잘살 수 있게 되면 민주화를 달성하고 그 다음에 복지국가로 이행하면 된다. 이 목표들을 동시에 이룰 순 없다. 제2차 세계대전 뒤 많은 신생·후진국들이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하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다 놓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