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르디올라는 왜 천재인가…‘가짜 9번’ 메시 보면 안다

  • 카드 발행 일시2023.08.10

팀 스포츠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역할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요. 감독의 역량으로 팀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요. ‘선수단’이라는 특수한 조직을 휘어잡는 감독의 리더십이란 어떤 것일까요. 이는 축구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 온 오래된 궁금증입니다.

대답은 시대에 따라, 그리고 각 팀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갈리겠죠. 하지만 적어도 이 사나이, 펩 과르디올라(51·스페인)에 대해서만큼은 이견의 폭이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휘봉을 잡는 팀마다 최상의 성과를 내며 ‘21세기형 축구 감독의 전형’으로 인정받고 있으니까요.

선수 시절 톱클래스였고, 지도자로 거듭난 이후로도 톱클래스 스타들을 이끌며 소속 팀을 정상에 올려놓는 리더. 그리고 ‘21세기 축구 전술의 프레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해박한 전술가. 과르디올라 감독과 그가 이끄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강 맨체스터 시티의 성공 비법을 공유합니다.

바둑에는 ‘대삼관(大三冠)’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대략 1980년대까지 선진 바둑의 본고장으로 인식됐던 일본 바둑에서 랭킹 1, 2, 3위 기전(기성전·명인전·본인방전)을 동시에 거머쥐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바둑 역사상 최초로 이를 달성한 이가 바로 조치훈이다.

지난 2015년 현대 바둑 70주년 기념 대국에 조훈현 9단(왼쪽)과 함께 참여한 조치훈 9단. 조치훈 9단은 '바둑의 트레블'이라 할 수 있는 대삼관을 네 차례나 이뤘다. 중앙포토

지난 2015년 현대 바둑 70주년 기념 대국에 조훈현 9단(왼쪽)과 함께 참여한 조치훈 9단. 조치훈 9단은 '바둑의 트레블'이라 할 수 있는 대삼관을 네 차례나 이뤘다. 중앙포토

축구계에도 ‘대삼관’과 유사한 의미를 지니는 업적이 존재한다. ‘트레블(treble)’이 그것이다. 어떤 축구 클럽이 한 시즌 동안 도전할 수 있는 가장 값진 세 개의 트로피를 모두 들어올리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해당 클럽이 속한 자국 1부리그, 해당 축구협회가 주최한 컵 대회, 그리고 소속 대륙 최고 클럽들의 경연장인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우승해야만 트레블을 달성하게 된다. 작은 대회나 하급 대회들에서 따낸 트로피는 트레블을 구성하는 것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축구황제 펠레(아래 오른쪽에서 둘째)는 브라질 명문 산투스 시절 소속팀의 3관왕을 이끌며 트레블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업적을 만들어냈다. 산투스 시절. 중앙포토

축구황제 펠레(아래 오른쪽에서 둘째)는 브라질 명문 산투스 시절 소속팀의 3관왕을 이끌며 트레블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업적을 만들어냈다. 산투스 시절. 중앙포토

산투스 소속 선수로 뛰던 시절의 축구 황제 펠레. 사진 펠레 인스타그램

산투스 소속 선수로 뛰던 시절의 축구 황제 펠레. 사진 펠레 인스타그램

이 업적은 장구한 세계 축구 역사를 통틀어서도 그리 흔치 않은데, 예를 들어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트레블을 달성한 클럽이 없으며 더욱 놀랍게도 축구에 죽고 사는 남미 대륙에서조차 여태껏 트레블을 이룩한 클럽은 나오지 않았다. 1960년대 펠레를 보유했던 전설적인 브라질 클럽 산투스에 관한 논란이 존재하지만, 당대 브라질 축구의 대회 시스템상 산투스는 엄밀한 의미의 트레블을 거머쥔 것은 아니었다. (※1962년 산투스는 당대 최고의 축구 스타 펠레를 앞세워 상파울루주 1부리그인 캄페오나투 파울리스타, 브라질 축구협회컵을 일컫는 브라질레이랑, 남미 클럽선수권대회인 코파 리베르타도레스를 동시 석권하며 3관왕에 올랐다. 이를 바탕으로 축구 역사상 최초로 트레블을 달성한 구단이라 홍보하고 있다. 산투스가 우승한 캄페오나투 파울리스타가 브라질 프로축구 리그에서 가장 수준 높은 리그인 건 맞지만, 전국 1부리그인 캄페오나투 브라질레이루 세리에A 우승이 아니라는 점에서 엄밀한 의미의 트레블이 아니라는 반론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