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헛소리” 그 일 벌어졌다…영국·독일·프랑스의 세 남자

  • 카드 발행 일시2023.07.27

분데스리가 간판 차범근과 프리미어리그 스타 박지성이 유럽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격돌하면 어떻게 될까요? 맨유 박지성과 토트넘 손흥민의 맞대결에선 어느 쪽이 웃을까요? 한국 축구팬들의 영원한 수수께끼인 ‘차박손 대전(차범근-박지성-손흥민 중 한국 축구 최고 영웅은)’은 상상만으로도 가슴 뛰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새 시즌엔 차-박-손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함께 맞붙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운 삼각 경쟁 구도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홀로 ‘월클(월드클래스)’ 타이틀을 보유 중이던 공격수 손흥민에 더해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미드필더 이강인(파리생제르맹)까지, 무려 세 명의 한국인 선수가 내로라하는 빅 클럽 유니폼을 입고 유럽 제패에 도전장을 냈기 때문이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손흥민)와 독일 분데스리가(김민재), 프랑스 리그앙(이강인)까지 유럽축구를 대표하는 빅 리그에 골고루 한 명씩 분포돼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모습은 흡사 ‘축구판 삼국지’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한국 축구에 영원히 남을 역사의 이정표 아래 서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 축구가 월드클래스 선수를 한꺼번에 세 명이나 보유하며 맞이한 ‘월클 삼총사’ 시대, ‘축구박사’ 한준희 해설위원이 시원하게 분석·전망해 드립니다.

현역 시절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헤딩골을 터뜨리는 차범근(오른쪽). 한국 축구 역사를 통틀어 최초의 월드 클래스 스타였다. 중앙포토

현역 시절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헤딩골을 터뜨리는 차범근(오른쪽). 한국 축구 역사를 통틀어 최초의 월드 클래스 스타였다. 중앙포토

이 땅의 축구가 매우 미미하던 시절, 차범근은 당대 정상의 프로리그인 서독(현 독일) 분데스리가로 건너가 10년의 세월 동안 유럽 전역으로부터 존중 받는 공격수로 맹활약했다. 비교적 늦은 나이(26세)에 유럽에 진출한 그는 당시 아시아 선수로서 상상하기 어려운 121골을 터뜨렸을 뿐만 아니라 몸담은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에서 모두 UEFA컵을 들어올렸다.

체계적 선수 육성과 지도가 이뤄지지 못했고 선진 축구에 관한 지식도 전무했던 우리의 옛 환경을 고려할 때, 차범근의 성공은 사실상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래서 차범근은 지금까지도 ‘매우 예외적인 1인’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그래야 마땅하다.

세월이 흘러 2002 한·일월드컵이 배출한 스타 박지성에게는 그래도 유럽 진출의 길을 열어준 거스 히딩크 감독이 존재했다. 그러나 그 히딩크 감독조차 박지성이 당대의 거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일곱 시즌이나 활약하리라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박지성은 차범근과 같은 공격력으로 상대를 파괴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영리하고 헌신적인 플레이로 명장 알렉스 퍼거슨에게 소중한 전술적 옵션을 제공하며 팬들의 인정을 받았다.

그 박지성이 맨체스터를 떠난 이후, 앞으로 대한민국의 다른 축구 선수가 유럽 정상급 무대에서 다시금 중요한 선수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해 의구심이 존재했다. 만약 누군가 10년 전쯤 “대한민국 축구 선수가 유럽 정상의 리그에서 득점왕에 오를 것”이라 예측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완전히 현실성 제로인 헛소리를 내뱉었다’는 핀잔을 들었을 것이다.

현역 시절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왼쪽)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이는 현역 시절의 박지성. 중앙포토

현역 시절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왼쪽)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이는 현역 시절의 박지성. 중앙포토

마찬가지로 “세계 축구 역사를 통틀어 서너 손가락에 꼽히는 명문 클럽이 바이아웃을 지불하고 대한민국 수비수를 데려갈 것”이라거나 “20대 초반 대한민국 선수가 유럽 최고 수준의 부자 클럽에 의해 스카우트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면, 이것들 역시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취급됐을 공산이 크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바로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에 의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