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클 삼총사’ 얻은 클린스만…무턱대고 웃을 수 없는 이유

  • 카드 발행 일시2023.07.13

고(故)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한 명의 천재가 수만 명을 먹여살린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갈색 폭격기’ 차범근, ‘산소 탱크’ 박지성이 전성기 시절 한국 축구에 기여한 점을 떠올려보면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가 갖는 존재감과 긍정적인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대한민국은 이른바 ‘월클(월드클래스)’ 축구선수를 한 명이 아닌 3명이나 보유한 나라가 됐습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손흥민)에 더해 라리가 베스트 미드필더(이강인)와 세리에A 베스트 수비수(김민재)가 등장한 것이죠. 한국 축구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황금 세대(golden generation)’ 출현이 눈앞에 성큼 다가왔습니다.

이 대목에서 ‘미스터 샤우팅’ 한준희 해설위원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우리 속담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올스타 군단’ ‘당대 최강’ 등 거창한 표현으로 주목받고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빛을 잃은 수많은 실패 사례 또한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죠. ‘대한민국 월클 삼총사’는 진정한 황금세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요. 이른바 ‘도금세대’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위원과 함께 ‘황금세대 성공 방정식’을 파헤쳐봅니다.

축구는 지구촌 전체를 포괄하는 시스템하에서 1년 365일 쉬지 않고 돌아가는 스포츠다. 세계, 대륙, 협회, 리그, 연령, 성별 등 고도로 체계화된 구획과 단위에 따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클럽팀과 대표팀 경기들이 매일같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두어 달 동안만 하더라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축구 역사에 기념비적 위업을 이룩한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 같은 클럽이 출현하는가 하면, 스페인대표팀과 미국대표팀은 소속 대륙의 네이션스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우리 축구에도 중요한 경기가 꽤 많았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남자 성인 국가대표팀이 페루·엘살바도르를 상대로 두 차례 평가전을 치렀으며, 김은중 감독의 20세 이하 대표팀은 20세 이하 월드컵에 참여해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곧이어 변성환 감독의 17세 이하 대표팀이 17세 이하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는데, 이 팀은 오는 11월 17세 이하 월드컵을 통해 더욱 의미 있는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도 아이티와의 평가전을 마무리하고 20일 개막하는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 출전한다. 이 팀은 본선 무대에서 대한민국 여자축구 역사상 최고의 성과를 목표로 삼고 있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 축구대표팀은 20세 이하 FIFA월드컵 4강에 오르며 또 하나의 황금세대 등장을 기대케 했다. 연합뉴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 축구대표팀은 20세 이하 FIFA월드컵 4강에 오르며 또 하나의 황금세대 등장을 기대케 했다. 연합뉴스

 다양한 대회와 경기들이 치러지면서 ‘황금세대’라는 표현들이 언론 지상을 통해 종종 등장하곤 했다. 1983년과 2019년의 신화를 재현했던 김은중호의 선수들, 그리고 준우승에 머무르기는 했더라도 유려하고 화끈한 스타일을 유감 없이 선보인 변성환호 선수들이 일약 우리 축구의 미래를 담당할 세대로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연령별 대회에서 거둔 성공이 성인 레벨로 직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기에 섣부른 환호는 절대 금물이나, 그래도 우리 연령별 대표 선수들의 잠재성을 얼마간 확인한 것만큼은 사실이다. 물론 이들이 ‘진정한 황금’이 될 수 있느냐 여부는 지금부터의 노력과 성장에 달려 있는 문제다.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 출전하는 우리 여자대표팀을 두고 ‘황금세대의 마지막 도전’이라는 표현들이 자주 등장한다. 대표팀 23명을 구성하는 선수들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명 선수가 서른 줄에 접어든 데다, 그 가운데에서도 대한민국 여자 축구를 장시간 떠받쳐 온 지소연, 조소현, 김혜리, 임선주, 심서연, 이영주 세대가 더불어 출전하는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 편성도 그렇게까지 나쁜 것이 아니기에 부디 성공적인 라스트 댄스로 마무리되기를 비는 마음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가장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황금세대’는 역시나 남자대표팀일 것이다.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 고지를 밟은 이후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나폴리(이탈리아)에서 기념비적 리그 우승의 주역이 되고 미드필더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스페인 무대에서 확실한 업그레이드에 성공하자 ‘황금세대’라는 인상이 더욱 짙어졌다.

이강인은 프리메라리가 베스트 미드필더로 주가를 높인 이후 프랑스 명문 파리생제르맹으로 이적했다. 사진 파리생제르맹 홈페이지

이강인은 프리메라리가 베스트 미드필더로 주가를 높인 이후 프랑스 명문 파리생제르맹으로 이적했다. 사진 파리생제르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