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바페, 하고 싶은거 다 해…이강인 거머쥔 PSG의 한계

  • 카드 발행 일시2023.08.24

한준희의 축구話

한준희의 축구話를 내 관심에도 추가해드렸어요.

팀 스포츠에서 우승 트로피 못지않게 중요한 건 우승을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는 목표를 수립하고 어떻게 달성할지 계획을 정하고 그것을 일사불란하게 진행하는 과정, 이것을 우리는 팀 컬러라 부릅니다. 그게 오랜 기간 쌓이고 쌓이면 정체성이 되고 브랜드가 되고 DNA에 각인되는 것이죠.

1970년 창단해 신흥 명문으로 성장한 파리생제르맹(PSG)은 아직까지 확고한 정체성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지긋지긋한 재정난에서 벗어나 유럽 축구를 대표하는 빅 클럽으로 발돋움한 건 2011년 카타르 자본이 구단을 인수한 이후부터이니 실질적인 성장기는 10여 년에 불과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본격적으로 클럽 DNA를 구축해야 할 지금, PSG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요. 어느 팀을 롤 모델로 삼아 정체성을 만들어가려 할까요. 이강인과 함께 새 판을 짜려 하는 PSG가 참고할 만한 성공 사례들을 한준희 해설위원이 추천합니다.

스페인 클럽 아틀레틱 빌바오는 여러 가지 제약에도 불구하고 125년의 역사 동안 '바스크 지역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팀'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페인 클럽 아틀레틱 빌바오는 여러 가지 제약에도 불구하고 125년의 역사 동안 '바스크 지역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팀'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구한 역사를 지닌 다수의 유럽 축구 클럽들에는 특유의 ‘정체성’ ‘DNA’ ‘캐릭터’ ‘브랜드’, 더 나아가 ‘철학’ 같은 것이 존재한다. 프로 스포츠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지역적 정체성은 두말할 나위 없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125년 역사의 아틀레틱 빌바오야말로 이러한 지역적 정체성의 화신이라 할 만하다. 빌바오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도 ‘속지주의’에 입각해 선수단을 구성하고 있다. 빌바오 선수가 되려면 조상이 바스크인이거나, 바스크 지방에서 태어났거나 혹은 바스크 클럽 유스에서 육성된 적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이 가운데 하나의 조건만 충족하면 되는 까닭에 아이메릭 라포르트(프랑스/스페인), 비센테 리자라쥐(프랑스), 이냐키 윌리엄스(가나), 페르난도 아모레비에타(베네수엘라) 같은 선수들도 빌바오를 거쳐 갔다.

어찌됐건 인구 35만 명에 불과한 빌바오를 연고로 하는 이 클럽은 이러한 폐쇄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단 한 번도 2부리그로 강등당한 적이 없다. 수천억원의 이적료가 난무하는 요즈음 축구 세계에서 ‘별종’과도 같은 정체성을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옛날처럼 우승컵을 거머쥐기는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빌바오의 독보적 정체성은 널리 존중받는다.

국내에는 '지구방위대'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스(스타 군단). 경기 중 나란히 수비벽을 구성한 루이스 피구, 호나우두, 지네딘 지단, 데이비드 베컴(왼쪽부터). 사진 레알 마드리드 트위터 캡처

국내에는 '지구방위대'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스(스타 군단). 경기 중 나란히 수비벽을 구성한 루이스 피구, 호나우두, 지네딘 지단, 데이비드 베컴(왼쪽부터). 사진 레알 마드리드 트위터 캡처

지역적 정체성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에게 더 친숙한 ‘빅 클럽’들 또한 오랜 세월에 걸쳐 팬들의 뇌리에 각인될 만한 팀의 브랜드와 철학을 갈고 다듬어 왔다. 예를 들어 레알 마드리드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것은 저 유명한 ‘로스 갈락티코스(Los Galacticos)’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