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악, 죽음의 조!”…팬들은 천국이 따로 없다

  • 카드 발행 일시2023.09.07

이른바 ‘죽음의 조’는 각종 국제대회에서 자칫 밋밋하게 느껴지기 쉬운 초반 승부의 긴장감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합니다. 우승후보로 주목 받던 팀이 조별리그에서 이변의 희생양이 돼 탈락하는 장면은 팬들에게 색다른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한국 축구 또한 세계무대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죽음의 조’ 딜레마를 겪었습니다. 강자들의 틈바구니에 갇혀서, 또는 실력이 엇비슷한 팀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탈락의 쓴잔을 든 경험이 적지 않습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나선 이강인의 소속팀 파리생제르맹이 조별리그부터 유럽 축구의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함께 묶이며 또다시 주목 받게 된 키워드 ‘죽음의 조’. 축구박사 한준희 해설위원과 함께 들여다봅니다.

“이보다 더 강력한 ‘죽음의 조(Group of Death)’가 나올 수 있을까?” 올 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 편성이 이뤄졌을 때, 조별리그 F조의 결과를 접한 대다수 사람이 외친 한마디다. 유럽 최정상 32개 클럽이 참여하는 챔피언스리그 본선 F조에 프랑스 최강 파리 생제르맹을 필두로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이탈리아 세리에A 강호 AC 밀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신흥 강자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함께 묶인 까닭이다.

필자 역시 이 조가 챔피언스리그 역사를 통틀어서도 이른바 ‘역대 레벨’의 죽음의 조임을 인정한다. 이강인의 소속 클럽으로 관심이 높아진 파리 생제르맹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값나가는 선수인 킬리안 음바페를 비롯해 랑달 콜로 무아니, 우스만 뎀벨레, 잔루이지 돈나룸마 등 초호화 멤버로 무장한 팀이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기대 이하의 결과물을 낳았던 역사가 적지 않다는 점은 다소간 불안 요소다.

한국인 미드필더 이강인이 속한 프랑스 명문 파리생제르맹은 올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도르트문트(독일), AC밀란(이탈리아), 뉴캐슬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등 빅리그 강자들과 함께 이른바 '죽음의 조'를 구성했다. 연합뉴스

한국인 미드필더 이강인이 속한 프랑스 명문 파리생제르맹은 올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도르트문트(독일), AC밀란(이탈리아), 뉴캐슬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등 빅리그 강자들과 함께 이른바 '죽음의 조'를 구성했다. 연합뉴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이들과 맞서게 될 도르트문트는 지난 시즌 마지막 날까지 분데스리가 우승을 두고 바이에른 뮌헨과 자웅을 겨뤘던 전통의 강호이고, AC 밀란은 몇 해 전까지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못했던 시절이 있어 3시드로 밀리긴 했으나 챔피언스리그 7회 우승에 빛나는 유럽축구의 명가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으로 무장하고서 21년 만에 챔피언스리그로 돌아온 뉴캐슬이 합류했다. 뉴캐슬은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리버풀, 토트넘, 첼시를 모두 따돌리는 기염을 토했다.

근본적으로 이 조는 3시드, 4시드에서 각각 최고 전력으로 평가받는 밀란과 뉴캐슬이 포함되는 한편, 상대적으로 파리 생제르맹과 도르트문트가 1시드, 2시드에서 최강으로 여겨지는 팀들은 아닌 까닭에 ‘죽음의 조’ 구성 요건을 완벽하게 갖추게 됐다.

이렇듯 큰 대회(비단 축구뿐이 아니다) 조 추첨이 끝나고 나면 항상 지면을 장식하곤 하는 ‘죽음의 조’라는 표현은 언제부터 널리 쓰이게 됐을까? 정밀한 기원이 공식화된 것은 아니지만 ‘죽음의 조’ 표현이 대중적으로 퍼져나간 단초를 제공한 대회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