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라이벌’ 일본 축구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해 카타르월드컵 본선에서 유럽 축구의 두 거함 독일과 스페인을 잇따라 무너뜨리며 포효하더니 올해 들어서도 또 한 번 독일을 꺾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본 축구의 약진은 예견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입니다. 풀뿌리 단계에서부터 최상위 레벨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공들여 준비한 청사진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다져 온 결과물이라는 것입니다.
‘탈아시아급’이라 평가받는 일본 축구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 왔을까요. ‘축구 박사’ 한준희 해설위원과 함께 일본 축구의 성장 비결을 들여다봅니다.
지난 18일(한국시간)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 레알 소시에다드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경기에서 가장 큰 화제를 낳은 선수는 일본인 윙어 구보 다케후사(22)였다. 레알 마드리드 소속이던 구보는 여기저기 임대생활을 전전하다 지난 시즌부터 소시에다드에 정착해 빼어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와 컵대회를 통틀어 9골·6도움을 기록하면서 소시에다드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소속팀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진출시키는 데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러한 구보가 자신을 중용하지 않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괄목할 만한 활약을 펼쳐보였으니 화제가 된 것은 당연했다. 그는 소시에다드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이후에는 직접 ‘원더 골’을 작렬시키기도 했으나 동료 선수 위치로 인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득점이 취소되는 불운을 겪었다.

레알 소시에다드의 구보 다케후사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베테랑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를 제치고 드리블하고 있다.쿠보는 이날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4개의 키패스를 기록했다.EPA=연합뉴스
승부는 레알 마드리드의 2-1 역전승으로 마무리됐지만 구보는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 앞에서 절정기에 접어든 자신의 역량을 확고하게 각인시켰다. 경기가 끝난 후 현지 언론들은 구보의 다음 시즌 행보를 궁금해 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레알 마드리드는 구보를 다시 영입하려 들까? 아니면 자금력 풍부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구보 영입에 나설까? 구보의 이적 시 레알 마드리드가 일정 부분 권리를 지니고 있어 내년 여름 구보의 거취와 관련해 흥미로운 공방전이 펼쳐질 공산이 크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스페인 라 리가에서 정상급 윙어로 대접받는 구보가 얼마 전 일본대표팀이 치른 독일과의 A매치 평가전에서 후반전 교체 멤버로 뛰었다는 점이다. 구보의 자리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는 프랑스 리그1(1부리그) 랭스에서 활약하는 이토 준야다. 그는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일본의 구세주로 부상했던 인물이다.